Installation view of “Scroll” ©Artspace Boan

전혜림 작가의 개인전 “스크롤”이 아트스페이스 보안 2에서 12월 1일까지 개최된다.

회화적 실험을 거듭해온 전혜림은 이번 전시에서 그림 속을 거니는 듯한 이동 시점의 원리를 보여주는 동양화의 두루마리 그림(scroll)에서 영감을 얻은 작업들을 선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Scroll” ©Artspace Boan

작가는 회화의 존재 방식을 고민해 가며 정면에 존재하는 평면의 한계를 시간성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을 스크롤(스크롤링)로 정의했다. 이에 작가는 면면체를 360˚를 맴돌며 면과 면이 구조로서 인식되도록 하는 회화를 구축한다.

또한 작가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들(미술사적 도상, 웹 프리소스, 애니메이션 장면 등)을 자신의 회화적 구조로 끌어들임으로써, JPG 상태에서도 정면성을 갖게 된 이미지들을 ‘회화’를 돌아볼 방향을 지시하는 인덱스로 사용한다.

Installation view of “Scroll” ©Artspace Boan

가령, 박물관과 미술관이 액자, 엽서, 에코백, 책갈피에 인쇄하고 전사해서 아우라가 증발된 앙리 마티스의 〈댄스〉(1910)를 소환함으로써, 작품은 관람자가 그 원형을 찾고자 면면체를 관찰하게 하는 무언의 지시이자, 그것이 본래 캔버스를 지지체 삼았던 ‘회화’였다는 점을 환기한다.  

이처럼 전혜림은 회화를 경험하는 물리적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통해 이미지와 화면, 그리고 회화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