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갤러리현대에서는 미디어 아트를 하는 김아영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아영(b. 1979) 작가는 현대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영상, VR, 사운드, 퍼포먼스, 텍스트 등의 매체를 활용해 다채롭게 풀어낸다. 이주 문제, 자본주의 이슈,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문제 등을 주제 삼으며 그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장기간에 걸쳐 연구해 복잡하고 색다른 서사로 재구성한다.


Ayoung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MMCA).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아영 작가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으며, 유럽 유학을 통해 현대 사진과 미술을 수학하면서 20대 후반과 30대를 해외에서 보냈다. 이러한 그의 경험이 작품에 드러난다. 이주와 난민에 대한 주제를 자주 다루는 그는 SF적 요소를 지닌 그래픽적 이미지와 다양한 효과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김아영 작가의 작품은 상상된 상황을 제시하여 이미 있는 현실을 새롭고 낯설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 수집된 방대한 정보를 엮어 사변(思辨)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품을 구성하는 정보는 역사적 사실을 재확인하기보다는, 존재하는 사실이 전복되고 해체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새로운 다차원적 내러티브로 생성된다.

일례로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전에 전시되었던 영상 작품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은 ‘다공성 계곡’ 연작에 속한 작품 중 하나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광물로 구성된 ‘페트라’라는 파일 저장 단위인 클러스터이다. 차원 이동을 하던 페트라는 ‘크립토 벨리’라는 섬의 해변가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에 떨어진 이상 페트라는 당국의 이민 절차를 밟게 되지만 이들은 사실상 이민자를 환영하지 않아 페트라는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구금된다. 그러던 와중에 페트라는 데이터 센터이자 섬의 초월적 존재인 ‘어머니 바위’의 부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 바위와 결합해 그 섬에 이바지하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김아영 작가는 난민과 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대상과 연결해 풀어내고 있다.


Exhibition view of Porosity Valley 2: Trickster’s Plot (2017). Korean Art Prize 2019. The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MMCA). Photo by Aproject Company.

김아영 작가는 부산 비엔날레(2020), 광주 비엔날레(2018), 팔레 드 도쿄(2016), 국립현대미술관(2020, 2016),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리움 미술관(2021, 2012) 등 전 세계 유수 미술기관뿐만 아니라 제 7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2020), 제21회 전주 국제영화제(2020), 제1회 및 3회 사르자 필름 플랫폼(2020, 2019) 등 영화제에도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갤러리현대는 올해로 설립 52주년을 맞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근∙현대 미술 전문 갤러리로서 전신은 현대화랑이다.

현대화랑은 70년대 당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 등 국내 미술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근대 미술 작가를 재평가하고 국내 미술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우환, 김창열, 천경자 등 해외에서 활동하던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것에 앞장섰다.

현재 갤러리현대는 대표적으로 이우환(b. 1936), 김기린(1929-2021) 작가를 비롯해 문경원(b. 1969), 전준호(b. 1969), 이강승(b. 1978) 등 다양한 세대의 국내 작가를 소속으로 두고 있으며, 프레드 샌드백(1943-2003), 이반 나바로(b. 1972), 라이언 갠더(b. 1976) 등 다수의 해외 작가와도 함께하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오는 8월, 김아영 작가의 신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