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솔 르윗 뒤집기 – 10배로 축소된, 강철 구조물〉, 2021, Aluminum venetian blinds, powder-coated aluminum and stainless steel hanging structure, steel wire rope, LED tubes, cable, 215 x 354 x 21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Benesse Holdings, Inc. ©국제갤러리
제13회 베네세 상(Benesse Prize)을 수상한 양혜규가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에 위치한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룹전에 참여한다. 2016년에 시작해 2022년까지 이어진 베네세 홀딩스(Benesse Holdings Inc.)와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ingapore Art Museum)의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양혜규를 비롯하여 베네세 상 역대 수상자인 판나판 요드마니(Pannaphan Yodmanee), 줄 마모드(Zul Mahmod), 아만다 헹(Amanda Heng) 등의 작품을 지난 6월 1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선보인다.
베네세 홀딩스는 지난 2016년부터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과 함께 아시아의 선구적인 동시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95년 제정 당시 베네세 상은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에게 수여되었으나, 8년 전 제11회 행사부터 아시아 지역으로 수상 초점을 재조정해 싱가포르 비엔날레 참여작가들 중 수상자를 선별하는 방식으로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과의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양혜규는 차가운 백색 튜브 조명이 장착된 그리드와 백색 블라인드로 이루어진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 – 10 배로 축소된, 강철 구조물〉(2021)을 선보인다. 작가를 대표하는 재료 중 하나인 블라인드를 활용한 이 설치작은 미국의 미니멀리스트이자 현대미술의 거장인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의 〈열린 모듈 입방체(Modular Structures)〉를 재해석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양혜규, 〈소리 나는 분출 뒤집기 갸름〉, 2024, 〈소리 나는 분출 뒤집기 두툼〉, 2024 (왼쪽부터), Powder coated stainless steel bells, stainless steel bells, stainless steel chains, split rings, carabiners, urethane coated stainless steel plates, transducers, amplifiers, real time data, 230 x 117 x 11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Benesse Holdings, Inc. Commission by Benesse Holdings, Inc. 사진: 베네세 홀딩스 ©국제갤러리
이어 양혜규는 오는 6월 21일부터 나오시마에 위치한 마타베에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과의 2인전 “불의 고리 – 일간日間 양혜규, 월간月間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하 “불의 고리”)을 통해 커미션 신작을 공개한다. 나오시마 혼무라 지역에 위치한 마타베는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삼부이치 히로시(Hiroshi Sambuichi)라는 건축가가 기존의 일본 전통 가옥을 재해석해 마련한 새로운 전시 공간이다.
전시 제목인 ‘불의 고리’는 화산 활동과 지진이 잦은 태평양 일대의 환태평양 조산대를 지칭한다. 분명히 실재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는 일상적 요소의 탐구에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두 작가는 빛, 그림자, 움직임, 그리고 진동 같은 감각에 초점을 맞춰 몰입감이 배가된 환경을 구상했다.
지진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작동되는 “불의 고리”는 ‘낮’과 ‘밤’, 서로 다른 시간대를 기준으로 운영된다. 양혜규의 작업은 실시간 데이터로 오전 11시부터 하루 내내 작동하는 반면, 위라세타쿤의 영상-설치 작업은 지난 124년(1900-2024)간 축적된 역사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몰 이후, 저녁 시간에만 일정한 상영 시간에 맞춰서 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양혜규는 오는 10월 9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영국에서의 첫 번째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양혜규라는 작가의 다층적이고 광범위한 작업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2000년대 초반의 초기 작업부터 최근 신작까지 망라하게 된다. 새로운 블라인드 신작을 비롯해 ‘광원 조각’, ‘소리 나는 조각’, ‘중간 유형’, ‘의상 동차’, ‘황홀망’ 등 주요 작품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2025년 유럽 순회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