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b. 1974)의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를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는 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을 주재료로 삼아, 이들을 콜라주하거나 조립하여 미니멀하면서도 낭만성을 지닌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선보여왔다. 작가가 사용하는 아날로그 저장 매체의 광택 있는 표면 너머에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인 음악과 영화가 숨어있다. 그의 회화와 조각 작품 제목은 음악이나 영화와의 연관성을 암시하는데, 이러한 대중 문화 매체의 사용은 우리의 집단적 기억과 개인적 기억을 모두 불러일으킨다.
또한, 작가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떼어내기’ 기법은 캔버스에 붙인 양면 접착테이프에 자성 코팅을 문질러 복잡하고 찾기 어려운 가루 패턴을 추적하는 것으로, 기억의 과정을 은유한다. 건축적인 종합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그레고어의 바이닐 조각 작품과 거대한 음향 장벽, 풀린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커튼과 같은 설치 작품들은 감상자를 위한 길이 되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그레고어의 작품 세계에 담긴 과거와 기억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게 된다.
2016년 페로탕 서울에서 선보인 한국 첫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는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한 그의 대표적인 연작과 더불어,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바이닐(LP판) 기둥 조각을 포함한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음악을 중심으로, 문학과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그레고어의 작품들은 그 재료의 아날로그적 특성을 통해 우리의 기억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며,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