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탕 서울은 2024년 첫 전시로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상남의 개인전 “Forme d’esprit”을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1990년대부터 2023년까지, 이상남의 회화 세계를 아우르는 작품 13점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40년의 예술적 커리어 속에서 축적된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하학적 추상 언어를 살펴볼 수 있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와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국내외의 주요한 전시에 참여하며, 회화에 대한 실험과 이론적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던 이상남은 1981년 뉴욕으로 떠나 1990년대 중반까지 자신만의 미술 언어를 모색했다. 회화의 재현성에 익숙하던 이들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기호를 각인시킨 그의 초기 회화는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형태로 읽혔다. 이 기호들은 점차 발전하여 서로 어긋나거나 비틀어지고 겹치며 주변 공간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상남은 “나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합리와 비합리,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화와 건축,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샛길을 건든다. 그 사이에서 산다. 회화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회화의 고정된 의미를 탈피하여 끊임없이 관계를 이루는 그의 작업 세계를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 ‘기하학적 추상’이라 부를 수 있지만, 동시에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미지와 기호의 표의성과 가독성을 거부하고 특정한 이미지의 재현을 지양하는 작업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기존 인식과 고정관념, 전통을 부정하는 사유의 방식을 택한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은 그가 살아온 도시와 장소의 풍경, 삶의 궤적과 여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마음의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마음의 형태(Forme d’esprit)’는 이미지의 형태와 기호들이 마음의 여정과 궤적,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상남(b. 1953, 서울 출생)은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도쿄 센트럴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활발히 참여하였으며, 1981년 뉴욕으로 떠나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모색하였다. 경기도미술관(2010), 폴란드 포즈난 공항(2012), 주일본 대한민국 대사관(2013) 등 공공기관에 대형 벽화 작품을 영구 설치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등 유수한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