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Glass” ©WWNN

WWNN은 지근욱 작가의 개인전 “Glass”를 12월 8일까지 개최한다.

지근욱은 빛을 머금은 대기처럼 색채가 만드는 현상과 공간을 관찰해 왔다. 색연필을 주요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는 캔버스 위 점으로부터 출발한 선을 겹겹이 포개어 면을 만들고, 덩어리진 면을 또 한 번 중첩해 공간을 형성한다.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며 그어진 선으로부터 출현한 임시적 공간을 탐구하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 공간을 간섭하는 운동성을 포착한다.

Installation view of “Glass” ©WWNN

전시는 유리, 렌즈, 막을 의미하는 '글라스'(Glass)를 경유하여 시선의 물질성을 탐구한다. 글라스는 개인이 바라보는 현실이 객관적이거나 고정되어 있다는 인식을 비껴가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흔들리는 우리의 시선과 관점을 가리킨다. 전시에서 작가는 '이중슬릿'이라는 양자역학 실험에서 작업을 출발해 대상이나 현상이 아닌 시선의 물질성에 관해 연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간에 관여하는 팽창색인, 표백된 하양이 작품을 둘러싸고 있다. 캔버스 표면 위로 마치 광선이 지나가는 듯한 흔적들이 이 팽창하는 공간을 가로지른다. 기계로 그은 것처럼 도식화된 선이 가로와 세로, 혹은 사방을 향해 뻗어 나간다.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서면 색연필로 여리게 그어진 선이 색을 이루고, 화면마다 제각기 다른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Glass” ©WWNN

지근욱은 물리학적 언어로부터 작업을 출발했지만, 그 과학은 모든 대상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보편적 진리로서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각각의 캔버스마다 서로 다른 체계와 법칙을 설정하면서 우리의 눈이 어떻게 다른 패턴을 도출해 내는지 실험한다.

“GLASS”는 하나의 렌즈로서 빛의 이미지를 모으거나 분산하는 매개물이 되며, 관객의 신체와 대상 사이를 아주 가깝고 혹은 멀게 이어준다. 동시에 그사이를 가로막는 선명한 유리막으로 기능하면서 맞닿을 수 없는 물리적인 거리를 가시화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