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미술 시장을 뒤흔든 대규모 금융 사건이 발생했다. 갤러리K라는 미술품 거래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연 7~9%의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으나, 최근 고객들의 집단소송으로 전모가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갤러리 K 본사 앞 모습

이는 단순한 금융 사기를 넘어,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심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왼쪽부터) 갤러리K 김정필 의장-2022 미스코리아 진(眞) 이승현(갤러리K 신년행사 홍보대사 위촉식) / 사진=갤러리K

미술품을 수익 모델로 활용한 갤러리K

갤러리K는 미술품을 수집과 감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수익 창출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병원과 기업 등에 미술품을 대여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분배하겠다는 구조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작품을 구입하면 일정 기간 후 원가로 다시 매입하여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조건 역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했다.


갤러리 K 광고장면

여기에 유명 배우 하정우와 가수 이현우를 홍보에 활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객을 유치했다. 그 결과, 2020년 매출 130억 원에서 2023년 662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2024년 초부터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금 지급과 원금 반환이 지연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계약 종료 후 미술품의 재판매 및 재매입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고, 현재까지 2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피해 규모는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갤러리 K 홈페이지 캡쳐화면 / 각 종 등록증을 통하여 신뢰할 수 있는 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갤러리 K 대표 김정필 의장은 현재 천억 원대 돌려막기 사기 혐의로 피소되기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 YTN 취재 결과에 따르면 김 씨는 6년 전 수백억 원 규모의 사기 의혹이 불거진 'FMI 글로벌'의 부사장이었다.


실제 임대하지 않고 작품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 / YTN 유투브 화면 캡쳐

당시 외환 등 각종 자산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모은 FMI 글로벌의 상품 중에는 갤러리K 아트노믹스와 비슷한 '아트인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6년전에도 유사한 사업방식으로 펀드를 운영하였다고 한다.

지웅아트갤러리 내부모습 / ©지웅아트갤러리

지웅아트갤러리: 또 다른 사기 스캔들

갤러리K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지웅아트갤러리도 유통 가치가 낮은 작품이나 사진만으로 거래를 진행했고, 고객의 작품을 갤러리가 책임지고 임대하거나 저작권을 활용해 확정 수익을 분배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실제 임대 수익이나 저작권 수익은 전무했고, 작품들은 창고에 방치된 채로 고객들에게 지급해야할 수익금은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영하다가 마침내 지급 불능 상태가 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피해 규모는 1,000명 이상이라고 하며 현재 대표와 일당은 구속된 상태라고 한다.

)사)한국전문기자협회는 미술품 운용사인 지웅아트갤러리를 2021 한국전문기자협회 선정 `미술품 재테크 안정성부문 전문기업`으로 채택하여 협회 인증패를 수여했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 사진=한국경제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 한계

갤러리K와 지웅아트갤러리 사건은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과거 위작 논란과 같은 사례들과 연결되며, 미술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 부족 문제를 재확인시켰다. 2016년의 이우환 화백 위작 사건은 작품 진위 논란과 법적 갈등을 촉발시켰으나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도 작가와 미술 기관 간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미술 시장의 취약한 진위 검증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문제들은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 작성 생략, 실물 확인 부족, 불투명한 관행 등으로 인해 반복되고 있다. 또한, 법적 규제와 제도적 미비로 인해 시장 전체가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웅아트갤러리 홈페이지 캡쳐화면

아트테크 : NFT와 조각 투자

최근 미술시장의 확장에 따라 미술품을 투자상품으로 바라보는 아트 테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NFT와 미술품 조각 투자 역시 현대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투기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에 등장한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장한다고 홍보되지만, 최근 관련 시장 자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초기에 수백억, 수천억 한다는 작품들이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미술품 조각 투자 역시 작품 소유권의 분산이라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우지만, 실제 작품 가치의 보장이 어렵고, 매매시 어려움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투자 방식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한국 미술 시장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한국 미술 시장의 투기적 문제와 운영구조의 낙후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소유 이력을 기록하는 프라비넌스 시스템을 도입해 유통 경로를 명확히 하고, 작가의 모든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카탈로그 레조네 제작을 통해 작품 진위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 작성 및 실물 확인을 의무화하고 공인된 인증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미술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NFT 및 조각 투자와 같은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대중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이 위험을 명확히 인지하고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과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만 한다.
 
미술품 투자는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갤러리K와 지웅아트갤러리 사건은 한국 미술시장의 낙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더 이상 후진적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한국 미술시장 전체의 구조개혁과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한다.

References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