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계에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온 갤러리현대가 2008년 이후 15년만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에 다시 참가한다.
Exterior view of Gallery Hyundai in Seoul. Courtesy of the gallery.
1970년 스위스의 메세 바젤에서 처음 시작되어 현재는 미국의 마이애미, 중국의 홍콩 그리고 프랑스의 파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트 바젤은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트 페어이다.
그중에서도 본거지에서 개최되는 ‘아트 바젤 인 바젤(이하 스위스 바젤)’은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로서 명성과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해 왔다. 300개 이하라는 한정된 부스 수와 더불어 갤러리의 수준과 규모 그리고 최고의 작품을 엄선하는 선정 과정으로 인해 스위스 바젤은 웬만한 수준에서는 참가하기 어려운 페어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트 바젤에 참여하는 국내 갤러리를 찾기는 매우 쉽다. 스위스의 아트 바젤에 매년 꾸준히 참여해 왔던 국내 갤러리로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며, 원앤제이갤러리는 2013, 2015, 2016년 세 차례 참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에서 국제갤러리 외에도 한 개의 갤러리가 더 참가한다. 서울경제의 조상인 기자에 따르면, 갤러리현대가 2008년 이후 15년만에 스위스 바젤에 다시 참가한다고 전했다.
갤러리현대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스위스 아트 바젤에 총 10회 참가해 백남준, 서세옥, 김창열, 신성희, 이우환, 박서보, 도윤희, 최우람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소개했다.
갤러리현대가 더 이상 스위스 바젤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은 경매 회사 겸업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 갤러리현대 측은 하나은행을 포함한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경매 회사 케이옥션을 설립했다. 이후 아트 바젤 운영위원회에서 갤러리현대가 운영하는 케이옥션을 문제 삼으면서 갤러리현대는 스위스 바젤뿐만 아니라 다른 아트 바젤 페어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갤러리현대는 국내 최고의 갤러리로서의 위상을 되찾고자 여러 노력을 해 왔다. 갤러리현대는 계열사인 케이옥션을 분리해 경매와의 관계를 청산했고,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 등 다른 해외 초대형 아트 페어에 참가해 세계 미술사에서는 간과되었으나 한국 미술계에서는 중요한 획을 그었던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글로벌 미술계에 부각시키고자 노력했다.
여러 노력 끝에 갤러리현대가 아트 바젤의 페어에 다시 참가하게 된 것은 2021년 12월에 개최된 ‘아트 바젤 인 마이애미 비치’를 통해서다. 당시 갤러리현대는 작고한 곽인식, 김창열, 박현기 작가를 비롯해 근·현대 미술의 대가라 불리는 이승택, 이건용, 이강소 작가와 좀 더 젊은 세대의 김민정, 이강승 작가 등 한국 현대 미술을 다각도로 보여 주는 작가를 선보여 한국 갤러리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 현대 미술의 독창성을 소개하였다.
2022년에도 마이애미 바젤에 참가한 갤러리현대는 모더니즘에서 LGBTQ 동시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의 다양한 미술 경향을 소개하며 짜임새 있는 기획력을 보여 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에서 선정한 ‘최고의 10대 부스’에 포함되기도 했다.
2022년 부스에는 곽인식(1919-1988), 김민정(b. 1962), 이강승 (b. 1978), 이승택(b. 1932), 박현기(1942-2000), 이건용(b. 1942), 이강소(b. 1943) 작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와 배경을 가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됐다.
당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아방가르드 미술과 추상 회화, 한국 전통의 재료인 ‘한지’를 재해석한 추상 회화, 민중 미술, LGBTQ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드로잉까지 특정 사조로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독창적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다채롭게 소개했다”고 밝혔다.
아트시는 이에 대해 “갤러리현대는 엄선된 작품으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부스를 꾸몄다”고 평가했다.
오는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의 프리뷰를 거쳐 열리는 아트 바젤 인 바젤(Art Basel in Basel)에는 36개국 285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한국 갤러리는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두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