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많은 기대 속에서 개최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9월 6일 자로 완전히 막을 내렸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프리즈의 첫 아시아 페어가 국내 최대 규모인 키아프와 함께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됨에 따라 해외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이뤄진 판매 내역과 참여 소감을 밝혔다. 

키아프에는 17개 국가에서 총 164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해외 갤러리는 60개로 지난해보다 두 배가 증가했다. 프리즈 서울에는 총 110개 갤러리 중 12개를 제외한 98개 갤러리가 해외 갤러리였는데,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리슨 갤러리 등 처음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갤러리도 다수 있었다. 

두 페어를 방문한 관람객들은 7만여 명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대부분 한국 관람객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외의 주요 미술계 인사들과 컬렉터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테이트 미술관의 마리아 발쇼우 관장을 비롯해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리처드 암스트롱 관장, LACMA의 마이클 고번 관장, 홍콩 엠플러스(M+)의 수한야 래펄 관장, 마리아, 덴버미술관의 크리스토프 하인리히 관장,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디렉터와 같은 미술계 거물급 인사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컬렉터 Rajeeb Samdani, 인테리어 디자이너 Yassmin Ghandehari, 리비아 공주 Alia Al-Senussi 등도 페어를 찾았다. 


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프리즈는 지금까지 한 번도 판매 규모를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판매된 작품 금액으로 추정해볼 때 약 6,000억에서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작년 키아프 서울의 최고 매출액인 650억 원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른 프리즈 페어의 매회 판매액을 약 1조 원이라고 추정하고 있어 해당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살짝 낮은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책임자인 알렉스 브란직(Alex Branczik)은 아트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판매보다는 추후 연락이 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을 이끄는 패트릭 리는 “한국 컬렉터들의 구매 속도는 느리지만 대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충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리즈의 첫 아시아 페어인 만큼 서울의 분위기와 다른 페어와의 차이를 살펴보는 갤러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미술 시장을 살펴봤던 참여자들은 한국이 발전적인 상황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프란시스 벨린 크리스티 옥션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역동성’과 ‘탄탄한 시스템’을 꼽았다. “미술 시장의 역동성은 미술 생태계에서 오는데, 한국 미술 시장에서는 작가, 컬렉터, 학계, 미술관, 갤러리, 옥션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선순환하며 역량을 쌓아 왔다”고 했다. 이번 프리즈 기간에 맞춰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도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다. 

제이슨 함 갤러리 대표는 한국 미술 시장이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자유 국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매우 민주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예술품을 거래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국 미술 시장은 특히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기대점이다. 한국은 부를 갖춘 젊은 컬렉터들의 증가가 두드러져 성장성을 충분히 갖추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몇몇 갤러리는 이번 페어에 참여하면서 다른 서구권 국가에서 개최되는 페어와의 차이도 언급했다.

스카스테트의 Martin Klosterfelde는 바젤에서는 모든 판매가 첫날에 이루어지지만, 서울은 매일 매일 바쁜 홍콩과 비슷하다고 말해 아시아 미술 시장과 다른 지역 미술 시장과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페어에 처음 참가한 갤러리들은 불편한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트넷과의 인터뷰에서 이스탄불 질버만 갤러리의 Moiz Zilberman은 한국 미술 시장은 홍콩 미술 시장만큼 국제적이지 못하다고 이야기했다. 언어 장벽이 크며, 구글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주된 불편 사항이었다. 또한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해 택시를 잡는 것이 어려웠고, 한국의 원화 가격이 혼란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극복될 수 있는 문제로 보았다.


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유례 없는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한국 측 갤러리 또한 불편 사항을 토로했다. 국내의 제이슨 함 갤러리 대표는 국내 갤러리로서 극복해야 할 문제로 언어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 이번 페어를 진행하면서 작품 운송의 문제가 컸다는 점, 그리고 국내 갤러리를 위한 PR 회사와 같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부족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이 홍콩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많은 미술계 전문가는 아직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콩은 어려운 국면에 처하긴 했으나 미술 시장 규모는 여전히 국제적인 수준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위기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홍콩을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미술계 중에서는 대형 해외 페어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컬렉터들이 해외 미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 미술 시장 생태계에 대해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나단 크로켓 필립스 경매 아시아 총괄 사장은 런던·파리·뉴욕 등의 경매를 보면 자국 작가와 외국 작가 비중이 5대 5지만, 한국은 특이하게도 자국 작가보다 외국 작가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Frieze Seoul 2022, COEX,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한 국내 미술 평론가는 “외국 페어 하나 들어왔다고 한국 문화의 수준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하다”며 “흡사 외국인이 비엔날레 감독을 맡으면 한국 비엔날레가 비약적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같다”고 지적했다. “무혈입성한 프리즈의 성공을 한국 미술의 성공이나 K아트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는 착각은 금물”이라며 “그냥 프리즈 서울이 한국에서 대박 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미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시장을 향해 개방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프리즈 서울을 마냥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미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해외 미술품 경매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컬렉터의 수준이 전혀 까다롭지 않고 인기 작가에게만 몰려가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단하게 다져 나가야 할 미술 시장에 이런 쏠림, 아울러 급속한 시장 과열은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마리아 발쇼 관장은 “시장보다 작가의 작업실이 먼저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전부터 서울은 동아시아 예술 허브였다. 15년간 서울만 다섯 번 방문했는데, 변화의 속도는 놀라울 지경이었다. 한국인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이 크다. 다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너비다. 폭이 넓어야 오래갈 수 있다.”

그는 올해 ‘프리즈 서울’이 “국제적 관심이라는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그는 “유명 갤러리가 서울로 집결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여선 안 된다. 새 작가가 지속 발굴돼야 건강한 시장이다. 판이 커질수록 그런 동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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