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의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프리즈 서울이 9월 초에 마무리되었다. 프리즈 서울로 인해 뜨겁게 달궈졌던 온도가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며 국내 미술 시장은 그 여운을 이어가거나 혹은 한 템포 쉬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10월이 되면서 2024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 앞으로 남은 하반기 미술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옥션 동향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9월 경매 결과를 돌아보면, 평균적인 낙찰 결과와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옥션은 프리즈 효과를 노리며 9월 초에 경매를 진행한 결과, 8월 경매보다 높은 낙찰률 67.6%, 낙찰 총액 62억 8,000만 원으로 경매를 마무리했다.
케이옥션 또한 8월 경매가 낙찰 총액 29억 원, 낙찰률 64.7%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8억 원이 증가하여 37억 원의 낙찰 총액과 4%가량 감소한 낙찰률 60%로 9월 경매 결과를 얻었다.
9월 경매에 시작가 10억 원에 출품되었다가 출품 취소된 김창열, 〈물방울〉, 1973 ©케이옥션
두 경매사 모두 경매 구성에서 중저가 작품이 다수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고가의 작품들이 출품되어도 유찰되거나 출품 취소가 되는 양상을 띠었다. 한동안 이러한 경매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 시장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아 지면서 작품을 위탁 판매하고자 하는 소장자의 수가 감소했다. 호황기일 때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작품이 소장자가 원하는 가격 혹은 제값에 팔리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경매에 내놓는 작품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기가 어려워 고가의 작품을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경매에 출품되는 좋은 작품의 수는 감소하고, 경매에서 낙찰되는 작품 수도 줄어들면서 경매 시장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이 확실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저렴한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 갤러리 동향
프리즈 기간에 맞춰 수많은 갤러리가 각자의 메가급 작가들을 앞다투어 내세우며 전시를 이어갔다. 대다수의 갤러리가 국내 전시로 만나기 쉽지 않은 유명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일례로 관람을 위한 대기 줄을 한남동 골목까지 이어지게 만든 페이스 갤러리의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2인전을 들 수 있다. 저마다 심혈을 기울인 전시이니만큼 10월 초까지 꽤 길게 전시를 이어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프리즈 서울의 영향에서 벗어나 9월 말미에 새롭게 시작한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전시 중에서 눈길을 끄는 전시로 WWNN에서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리는 신미경 작가의 개인전을 꼽아보았다. 비누 조각으로 잘 알려진 신미경 작가는 이번 전시 “Chronicles of Collapse”에서 생성과 소멸, 그리고 재생이라는 순환적인 주제를 다룬다. 직접 비누를 사용하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양이 작가의 작업에 핵심인 만큼, 자신이 소장하는 작품의 영구성을 희망하는 컬렉터들에게는 선뜻 소장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Chronicles of Collapse’ Exhibition view at WWNN ©WWNN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2차 시장인 옥션에서는 더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향기와 형상 및 색감 그리고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작가 및 작품이다.
신미경, 〈고스트 시리즈〉, 2007-2013 ©국립현대미술관
실제 도자기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고스트〉 시리즈는 1,300만 원에서 3,100만 원 사이에, 벽면에 거는 평면 작품과 같은 형태의 〈페인팅〉 시리즈 중 작은 크기는 대략 800만 원 선에서 거래되어 생각보다 높지 않은 가격에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
| 아트페어 동향
아트페어의 경우, 다가오는 10월 말에 성수동에서 아트부산이 작년에 새롭게 런칭한 디파인 서울(Define Seoul)이 개최된다. 디파인 서울2024는 ‘디자인(Design)’과 ‘파인 아트(Fine Art)’를 결합한 이름과 같이 디자인 작품, 빈티지 가구, 공예와 함께 현대미술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는 국내외 갤러리 및 디자인 스튜디오 40여 곳이 참여하며 작년 대비 1.5배 가량 규모가 커졌다. 페어장은 에스팩토리 D동이며, 바로 옆에 위치한 Y173에서 관객 참여형 위성 전시가 진행되어 미술품을 사고파는 페어 그 이상의 예술 행사로 만들고자 하는 디파인 서울의 취지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디파인 서울2024에는 아뜰리에 오이, 지오파토 & 쿰스, 독일의 갤러리 징크, 태국의 갤러리 유무타 등의 해외 유수 디자인 스튜디오와 갤러리가 참여하며, 우손갤러리, 갤러리 JJ, 부산의 미미화컬렉션, YG PLUS의 아트레이블 피시스, studio HJRK 등 공예와 디자인 퍼니처, 콜렉터블 아트 등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국내 전시자들 또한 다수 참여한다.
스위스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아뜰리에 오이는 루이비통, 네스프레소, 롤렉스 등과 같은 유수의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전시에도 참여하여 디자인과 예술을 잇는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브랜드이다. 이들의 잘 알려진 작업으로는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제작한 가구가 있다. 의자와 조명, 스툴은 각 1,490만 원, 1,160만 원, 690만 원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미술시장에서 종종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들이 나와 화제를 모았었다. 9월 서울옥션에서 약 134억
원에 판매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미술 호황기라 불리던 2022년과
비교하면 고가의 작품들의 판매량은 절대적으로 감소하였고, 전반적으로 거래되는 작품의 수도 줄어들었다. 미술 시장의 큰 행사인 프리즈가 있었음에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2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침체기의 판도를 뒤집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남은 1분기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