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트페어의 세계화와 성공의 조건

이번 글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한국 아트페어의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과 세계진출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특히, 최근 3년간 개최된 KIAF와 Frieze Seoul의 운영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고 대한민국 아트페어 100개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그 이면의 실체는 무엇이며 한국의 동시대 미술계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 미술시장과 아트페어의 고질적 문제점

현재 한국에서는 매년 약 100개의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지만, 참가 갤러리들의 전문적 운영 능력 부족과 낙후된 미술품 수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트페어에서 작품의 가격이나 작가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된 작품설명이나 ‘프라비넌스(작품 이력)’는 부족하고, "잘나간다", "인기 있다"는 실체 없는 발언이 많습니다.

특히 한 경향이 인기를 얻으면, 동일한 자기 복제 작품 또는 유사한 경향의 작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이 심각합니다. 참가 작가들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스타일을 반복하며, 아트페어는 이러한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갤러리들이 판매하는 작품에 대해 투자 가치를 과대평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술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어서, 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가격 상승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미술품은 구매는 쉬우나 판매는 훨씬 더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매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배신감과 실망으로 돌아옵니다. 초보 컬렉터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미술 시장의 구조를 알기 어려워, 그들이 떠나면 새로운 고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아트페어는 같은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갑니다. 이로 인해 미술 시장과 아트페어는 실체 없는 확장을 반복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환상적인 구조 속에서 유사한 아트페어가 유행처럼 번져 현재 100개에 이르는 아트페어가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술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며, 한국의 미술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Kiaf Seoul전시광경, 2023 ©Kiaf

KIAF와 프리즈 서울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KIAF는 국제적인 아트페어를 표방하지만, 지금껏 KIAF에 참가한 외국 갤러리들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갤러리가 참가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한국의 고객들마저 이제는 KIAF에서의 작품구입을 망설이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역 특성이나 독창적인 기획이 부족하고, 동일한 갤러리와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차별화되지 못한 전시를 계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트부산 2023 현장 전경. ©아트부산

2022년 프리즈 서울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글로벌 아트 페어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큰 기대를 모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국제적인 아트 페어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신선하고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프리즈 서울에서는 작품의 질이 전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프리즈 뉴욕이나 런던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전시된 작품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일부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컬렉터들의 안전한 취향에 맞춘 작품을 선보이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키아프·프리즈 서울' 개막식에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왼쪽 세번째부터), 용호성 문체부 제1차관,
사이먼 폭스 프리즈서울 CEO, 구자열 키아프 조직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프리즈 서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수준 높은 작품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평범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미술 시장이 서구 미술시장의 재고 처리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 2024, 아라리오 갤러리, 이진주 작가 전시광경

만약 이런 상태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한국 미술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아시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로컬 미술 시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아트페어의 세계화를 위한 필수 조건

(1) 전문 인력 양성

아트페어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흐름과 시장 동향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운영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시장에 반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교육 및 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갤러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술시장 뿐만 아니라 아트페어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은 단순히 전시를 운영하는 역할을 넘어, 시장 분석을 기반으로 한 트렌드 예측,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그리고 현장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역량을 갖춰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전시 기획자는 작가와 갤러리의 요구를 조율하며, 미술 시장의 흐름에 맞는 독창적인 전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마케터는 국내외 컬렉터들에게 한국 아트페어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홍보 전략을 설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운영 인력은 전시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현장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갤러리, 작가, 컬렉터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전시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과 새로운 소비 패턴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미술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전시 기획과 마케팅 전략은 필수적이며,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 아트페어의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 구축

아트 페어의 주먹구구식 운영을 넘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페어가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함으로써, 참여 갤러리와 컬렉터들에게 기대하는 수준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Artwork Archive 제공 이미지

또한, 미술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미술 시장 분석가, 마케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페어의 기획부터 운영, 홍보, 사후 관리까지 철저히 담당해야 합니다.

참여 갤러리와 작가들의 선정 또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작품의 질, 작가의 시장에서의 입지, 그리고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심사 기준을 마련하여 아트 페어의 품격과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과 관람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페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작품의 가격 책정과 거래 과정에서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표준화된 가격 산정 기준과 거래 절차를 도입하여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투명한 시스템은 미술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온라인 전시와 가상 갤러리, AR/VR 기술 등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컬렉터와의 연결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는 새로운 형태의 아트 페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2019년 TEFAF 마스트리히트 심사. 사진: 로레인 보데베스.

또한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도 아트 페어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해외 컬렉터, 갤러리, 미술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아트 페어 및 미술계 인사들과 협력할 수 있는 체계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매년 아트 페어의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며,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반영한 개선점을 도입하는 체계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운영의 질을 끊임없이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아트 페어가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되며, 이를 통해 아트 페어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아트페어, 해외 진출만이 살길이다

최근 K-Culture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딜라이트 제공 사진

이제는 한국 미술 시장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K-pop,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무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처럼, 한국 아트페어도 해외 진출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지금이야말로 세계 미술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아야 할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Korean Art Show (Art Fair) 2012, New York. ©뉴욕한국문화원

오늘날 글로벌 미술 시장의 핵심은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적절한 가격에 선점하여 우수한 컬렉터에게 판매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아트페어는 유사한 작가와 작품들로 인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수십 년간 시장의 질적 성장은 정체되어 있고, 운영 주체들은 변화에 소극적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 미술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아시아 내에서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로컬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 아트페어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문화·국제화·자본화를 반드시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 미술의 수준을 알리고,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아트페어가 국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임을 인식하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국 아트페어가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