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화제와 기대감 속에 막을 올린 프리즈·키아프 서울 2024가 7만 명의 발길을 이끌며 마무리되었다. 오픈런은 없었지만,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하여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 관련 기관들이 함께한 서울아트위크가 진행되면서 해외 유수의 미술계 인사들의 방문이 예년보다 증가했다.
‘제2회 서울아트위크’ 포스터 이미지 ©서울시
또한 아트 페어 내외부의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과 파생된 이벤트들로 인해 국내 미술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은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작년과는 또 달라진 국면을 맞이한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의 성과를 다방면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프리즈 서울 2024 전경 ©Design Pataki
| 프리즈 서울 2024
이번 프리즈 서울은 10억 원 이상 되는 고가의 작품들의 출품량과 거래량이 예년보다 줄었지만, 그렇다고 작품 판매가 저조하진 않아 나쁘지만은 않은 현장이었다. 특히 개막일에 다수의 작품이 한국과 아시아 컬렉터들에게 판매되었다.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250만 달러(약 33억 5,000만 원), 헨리 테일러의 〈Blue Period〉(2003)는 45만 달러(약 6억 40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총 8점의 작품을 첫날 판매했다.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는 조지 콘도의 신작 〈자화상〉을 195만 달러(약 26억 원)에 아시아 개인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조지 콘도, 〈자화상〉, 2024 ©스프루스 마거스
글래드스톤(Gladstone Gallery)은 20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에 나온 아니카 이의 〈Radial Sensation〉(2023)을 비롯한 조각 여러 점을 개막 2시간 만에 판매하기도 했다. 아니카 이는 냄새, 박테리아, 기계
등 과학적 기술을 예술로 끌어와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로, 이번 리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연 한국계 작가이다.
페로탕 갤러리의 무라카미 다카시 대형 회화 ©한국중앙일보
서울에도 지점이 있는 페로탕(Perrotin)은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형 회화를 8억 440만 원에,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화를 약
14억 8,000만 원에 주인을 만났다.
화이트큐브(White Cube)에서는 안토니 곰리의 조각 〈TANLE
II〉(2023)를 9억 원에, 가브리엘 오르즈코의 〈Plant Journal 3〉(2022)은 3억3500만
원에 판매했다. 새디콜스 HQ 갤러리(Sadie Coles HQ)의 경우, 우고 론디노네의 소형 조각과 6억 원대 회화가 구매자를 찾았다.
국내 참여 갤러리들의 실적을 보자면, 우선 PKM 갤러리는
대표 작품으로 내걸었던 유영국의 전성기 시절 회화 작품을 150만 달러(약 20억 원)에 판매했다. 유영국 작가는 한국 1세대 추상화가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맞아 현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다.
국제갤러리의 경우, 양혜규의 최신 설치 작품(6천만
원)과 문성식의 작품 2점(각
약 6천만 원), 이희준의 작품(약 1천만 원)이 판매되었다. 이외에도 우고 론디노네의 수채화 작품 3점(각 6,700만 원), 장-미셸 오토니엘 조각(1억 3,700만
원) 등을 모두 판매하며 저력을 보여주었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회화 작품 10점(각 7,500만 원)과 박서보의 색채 묘법 2점(각 1억 700만 원), 김종학 작품(8,700만
원) 등을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에서 판매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각과 회화 ©헤럴드경제
이처럼 10억 원대 전후의 중저가 작품들은 다수 판매된 가운데, 수십에서 수백 억대의 고가 작품들은 판매가 부진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2015)를 77억
원에 판매했던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올해 가지고 나온 쿠사마의 107억 원짜리 노란 호박 회화(2013)와 64억 원의 호박 조각(2015)을 판매하지 못했다.
또한 로빌란트 보에나(Robilant+Voena)의 대표 출품작인 앤디 워홀의 분홍색 대형작(약 60억 원), 가나아트가
출품한 김환기의 1964년 작 〈새벽별〉(65억 원) 등이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600억 원대의 피카소의 회화나 자코메티의 조각까지 프리즈 서울 1, 2회 때 볼 수 있었던 미술관을 방불케 하던 거장들의 작품은 찾을 수 없었지만, 동시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특히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며 아시아 작품들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만의 특색을 잡아가기 위한 시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 키아프 서울 2024
올해도 키아프는 프리즈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갤러리 부스 구성이나 출품작들이
예년에 비해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프리즈와 달리 올해 키아프는 작년보다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는
갤러리 심사가 강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작보다는 신작 위주의 출품을 장려하고 갤러리 부스의 내부 구성 계획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등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전시장 규모를 늘리면서 참가 갤러리 수는 줄인 덕에 쾌적한 전시 관람이 가능해지면서 관람객의 만족을 높였다.
김강용, 〈Reality+Image〉, 2023 ©더 컬럼스 갤러리
키아프에서는 프리즈보다 거래되는 작품의 가격대가 훨씬 작은 편으로, 1억 원 이상의 작품은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1억 원 미만의 작품들을 들고나온 갤러리의 경우, 꽤 많은 양의 판매 스티커가 작품 옆에 붙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인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은 약 1억 원에 구매자를 찾았으며, 청작화랑에서 출품한 김영원 작가의 수천만 원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구매 의사를 밝혔다. 또한 더 컬럼스 갤러리는 김강용 작가의 소품들을 다수 판매했다. 김윤신의 작품들로 부스를 꾸린 국제갤러리에서는, 7만 5,000달러(약 1억 원)에 조각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