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있던 프리즈 기간의 영향으로 8월의 경매는 변화와 변수가 상당 부분 높았다. 국내 미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리즈에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어떤 대응을 했고, 어떠한 결과를 얻었는지, 이들의 경매 실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서울옥션

“Contemporary Art Sale” Preview at Seoul Auction. Image courtesy of Seoul Auction.

서울옥션은 프리즈 기간을 의식하여 지난 8월 메이저 경매를 건너뛰고, 프리즈 기간이 끝난 직후인 9월 10일에 메이저 경매를 진행하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최근 경매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크게 줄었던 것에 반해, 이번 경매 현장은 방문객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활기찬 장내 분위기와는 다르게 기존에 78점이 출품되었으나 경매 직전 7점이 출품 취소되었으며, 23점이 유찰되어 꽤 높은 유찰률을 보였다.

경매 직전 작품이 취소되는 경우는 경매 시작 전까지 확실한 구매 의사를 표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작품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우려되는 위탁자가 경매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기로 할 때 발생한다. 

유영국, 〈Work〉, 1985 ©서울옥션

이번 출품 취소작은 하종현과 유영국을 비롯하여 요시토모 나라, 쿠사마 야요이, 우고 론디노네 등 굵직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으로,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출품작이었던 지라 아쉬움을 낳았다.


쿠사마 야요이, 〈Pumpkin〉, 1990 ©서울옥션

이번 경매의 최고가 낙찰작은 쿠사마 야요이의 10호짜리 〈Pumpkin〉(1990)으로, 29억에 낙찰되었다. 이 덕에 프리즈 기간 중 135억 원에 프라이빗 세일로 거래된 쿠사마 야요이의 금빛 〈Pumpkin〉에 이어서 또 한 번 쿠사마로 화제성과 높은 영업 이익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작품가가 높은 쿠사마의 호박은, 색과 호박의 형태, 크기, 연대가 가격대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작가의 대표적인 색으로 꼽히는 노란색과 화면 한쪽으로 치우친 도상, 작은 사이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29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

유이치 히라코, 〈Nonchooser 08〉, 2021 ©서울옥션

이 외에도 유이치 히라코의 작품이 치열한 경합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동화 같은 숲속의 캐릭터가 특징인 유이치 히라코는 최근 갤러리 바톤이 프리즈 부스에서 전면에 작품을 선보였으며, 개인전을 열기도 했었다. 해당 출품작은 800만 원에서 시작해 추정가 상단인 1,200만 원을 넘은 1,550만 원에 낙찰되었다.


김선우, 〈Sunset Beach〉, 2021 ©서울옥션

전광영, 이배, 김선우의 작품은 꾸준한 인기를 보여주었다. 해외에서 꾸준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전광영은 이번 경매에 총 3점이 출품되었는데, 특히 Lot 7로 나온 초록색의〈Aggregation 21-SE064〉(2021)이 추정가 상단을 넘어서며 7,2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는 낮은 추정가의 2배가량에 낙찰된 것이다.

김선우의 작품도 시작가 2,000만 원에서 시작하여 경합 끝에 4,200만 원에 낙찰되었으며, 이배의 경우 출품된 5점 모두 낙찰되어 여전한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경매는 낙찰률 67.6%, 낙찰 총액 62억 8,000만 원으로 마무리되었다. 프리즈 특수 덕에 경매 실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며, 저가 작품 위주로 구성되었던 7월 메이저 경매에 비해 훨씬 높은 결과를 얻었다. 또한 추후 메이저 경매는 이번에 바뀐 경매 일정을 계기로 월말에서 월초로 이동하여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케이옥션

서울옥션과 다르게 케이옥션은 8월에도 변함없이 메이저 경매를 열었다. 총 122점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6점이 출품 취소되었고 75점이 낙찰되었다. 출품 취소된 작품들은 이우환, 윤형근, 하종현의 작품들로 2억~5억 후반대의 고가의 작품들이며, 고가의 작품이 잘 거래되지 않는 시장 상황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케이옥션의 평소 메이저 경매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29억 원의 낙찰 총액과 64.4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아야코 록카쿠, 〈Untitled〉, 2006 ©케이옥션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유찰된 작품이 많았음에도 새로운 주인을 찾은 작품들은 경합 끝에 낙찰된 작품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경합이 있었던 작품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경매의 시작이었던 이배의 작품이 있다. 종이에 숯으로 그린 2020년도 그림으로, 800만 원으로 시작하여 3배인 2,400만 원에 낙찰되었다.

그 흐름을 이어받아 Lot 3 인 정영주의 10호짜리 작품도 시작가 1,500만 원의 2배인 3,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 두 작품 외에도 최영욱, 이진우,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이 시작가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인 3,100만 원, 4,200만 원, 5,200만 원에 마무리되었다.

고람 전기, 〈소림모옥〉©케이옥션

Lot 101부터 시작된 한국화/고미술은 근현대에서보다 더 많은 경합이 일어났다. 근현대 작품보다 탄탄한 매니아층으로 인해 시장의 흐름을 덜 타는 고미술품의 저력을 이번 경매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Lot.103인 남농 허건의 〈금강산 진주담〉은 450만 원으로 시작하여 끝없는 경합으로 7배가량이 오른 3,200만 원에 마무리되었고, 일호 남계우의 〈호접도〉 또한 시작가 500만 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 1,350만 원에 낙찰되었다.

쇠귀 신영복의 〈더불어한길〉이라는 작품은 무려 300만 원으로 시작하여 최저 추정가보다 5배 높은 1,500만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추정가 상단을 넘지는 않았지만, 경합을 벌인 작품으로는 고람 전기의 〈소림모옥〉과 이원찬의 〈맹호도〉, 백범 김구의 〈사필귀정〉이 있으며, 각 3,000만 원, 4,500만 원, 1,95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마르크 샤갈, 〈Les Amoureux〉, 1935 ©케이옥션

이번 경매의 최고가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Les Amoureux〉(circa 1935)로 시작가 3억 8,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샤갈의 원화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국내 경매에 출품되었을 만큼 국내 경매에서는 흔치 않은 출품이며, 특히 이 작품은 샤갈의 딸인 이다 샤갈 이다. 샤갈이 생전 소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우환, 〈바람과 함께〉, 1990 ©케이옥션

이 외에도 이우환의 20호짜리 〈바람과 함께〉(1990)와 코헤이 나와의 〈Pixcell-Ram Skull〉(2020)이 각 2억 8,000만 원과 1억 3,500만 원에 낙찰되며 경매 총액 증가에 기여했다.

코헤이 나와, 〈Pixcell-Ram Skull〉, 2020 ©케이옥션

이처럼 경합을 벌인 작품들이 늘어난 데에는 한정된 수요 하에 서울옥션의 메이저 경매가 9월 초로 이동하며 케이옥션이 그 관심을 오롯이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프리즈에서의 작품 구매를 노리는 사람도 있지만, 프리즈 기간 중 좋은 작품이 나타났을 때를 놓치지 않고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