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내 옥션 리뷰
7월의 경매 시장을 돌아보면, 침체된 미술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각 경매사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를 대표하는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지난 메이저 경매를 돌아봄으로써 각 경매의 주목할만한 점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 리뷰
서울옥션의 7월 메이저 경매는 진행 방식과 경매 출품작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우선
진행 방식의 경우, ‘아트 라이프 밸런스(A-L-B)’ 라
이름 짓고 DAY 1에는 라이브로, 이튿날에는 온라인으로 DAY 2를 진행하며 색다르게 경매를 끌어가고자 했다. 출품작의 경우, DAY 1에서는 기존 경매 구성처럼 미술 작품들 중심으로 출품되었지만, 고가의
작품보다는 중저가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대부분 1억 원을 넘지 않는 원화 위주의 근현대 작품 93점과 고미술품들로
구성된 것이다. 여기에 고가의 럭셔리 위스키와 빈티지 와인 23점이
출품되었다. 267건의 출품작으로 구성된 DAY 1 경매는
총 낙찰률 47.8%, 낙찰 총액 약 10억 원으로 다소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전광영의 〈Aggregation
20-JU126(Star21)〉(2020)과 〈Aggregation
20-JA056〉(2020)이 온라인, 해외
전화 응찰 등을 통해 경합을 보이며 각 5,300만 원과 6,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또한
장성순의 〈추상 045〉(2003)가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
상단인 4,000만 원을 넘어 4,400만 원에 낙찰되는
성과를 보였다. 주류 품목에서는 페트뤼스 와인 2004년, 2005년산 두 병이 1,800만 원에 낙찰되어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한편으론
추정가 7억~10억 원으로 출품되었던 야요이 쿠사마의 〈Pumpkin〉과 전 세계적으로 단 400병 밖에 없어 2억 5,000만 원의 시작가가 붙었던 ‘맥켈란 라리끄’가 경매 직전 출품 취소되어 고가 작품 거래량 감소
추세에 힘을 실었다.
DAY 2에는 한스 베그너의 디자인 가구와 빈티지 식기, 아트상품, 명품 가방 등의 라이프스타일 위주의 품목 150개로 채워졌다. 대부분 1,000만 원 미만의 가격대로 출품되었으며, 아야코 록카쿠의 그림이 담긴 러그가 900만 원에,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한 루이비통 가방이 450만 원에 낙찰되었다. 또한 요시토모 나라 피규어 및 에디션 작품, 김선우 에디션 작품에서 많은 응찰을 보이며 나쁘지 않은 경매 결과로 이끌었다.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를 포함하여 지난 6월 경매에서 219억 원에 낙찰되어 화제를 낳은 서울 반포동 ‘더 팰리스 73’ 오피스텔 분양권과 같은 달 강남센터 1층에 명품 중고 판매 매장 ‘더 컨시어지’를 오픈하는 등 국내 경매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The Palace 73 ©Seoul Auction
실제로 해외 메이저 경매사들은 미술 작품 외에도 럭셔리 품목이나 부동산 등에서 매출을 얻고 있기에, 서울옥션 또한 이러한 수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약 2년간 지속되고 있는 미술시장 불황 속 연계 상품으로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 리뷰
케이옥션은
기존에 국내 경매 시장에 출품되지 않았던 작품을 출품하며 눈길을 끌었다. 김윤신 작가의 〈내 영혼의
쉼〉이라는 2014년도 회화작품으로, 이전에 국내 경매에서
조각 작품이 출품된 적은 있었으나 회화 작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가 900만 원으로 시작한 해당 작품은, 경합 끝에 기존에 예상했던 추정가
상단 6,000만 원을 넘어 6,400만 원에 현장 고객이
낙찰받아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지난 2015년
서울 한원미술관 “김윤신 개인전: 영혼의 노래·김윤신 화업 60년”에서
전시된 작품으로, 세로 및 가로 120cm의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해당
작품을 그린 김윤신 작가(1935년생)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자연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토테미즘이 결합한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를 밀도 있는 작업으로 승화시킨다. 또한 작가의 제2의 고향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작업하던 중 남미의 토테미즘과 한국의 전통 문양 및 오방색의 유사성을 발견하며
이를 작업에 끌어들임으로써, 한 단계 발전한 작업 세계를 이룩했다.
작가는
정통 문법을 구사하는 조각 작업을 비롯하여 조각적 아이디어를 회화와 판화와 같은 평면 형태로도 확장함으로써 넓은 작업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초대작가로 선정되며 노년의 나이에도 흔들림 없이 견고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Artist Kim Yun Shin ©Yonhap
김윤신
작가의 회화 작품이 올해 초 해외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출품작과 유사한 크기의 2013년 작이 약 5만~6만
달러(약 6,700만~8,000만
원)에 거래되었다. 또 다른 아트 페어에서는 이번 출품작보다
작은 〈내 영혼의 노래 2011-72〉(2011)가 약 4만 5,000~5만 4,000달러(약 6,200~7,400만 원) 정도에
판매되었다. 이를 통해 국내보다는 해외 미술 시장에서 김윤신의 회화 작품이 국내에 비해 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출품작인 이중섭의 편지화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은 시작가 1억 4,000만 원에서 시작하여 서면, 전화 응찰과 현장 간의 경합 뒤 1억 7,000만 원에 전화 응찰자에게 낙찰되었다. 7월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우환의 〈조응〉은 7억에
출품되었으나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되었으며, 김종학의 대형 작품 〈여름 설악〉, 윤형근의 〈무제〉 2점, 정상화의
〈Work〉 또한 출품이 취소되었다.
이는
최근 중저가 위주의 작품 거래 및 5억 원 이상의 고가 작품들이 저조한 낙찰률을 보이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옥션의 7월 메이저 경매는 72.85%의 낙찰률을 보이며 70.69%의 6월 낙찰률보다 소폭 상승하였으나, 낙찰 총액은 약 24억 원으로 6월달의 약 39억
원보다 약 15억가량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Lee JoongSeop, Children with Fish and Crab, 1954 ©K Auction
두 경매사의 7월 경매 현황을 돌아보니,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미술시장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현 상황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 미술시장이 쉽사리 나아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노력이 미술시장에 또 다른 바람을 불러올 수 있길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