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2008년부터 전년도 미술 시장 규모를 측정한 보고서를 발간 해왔다.
지난 해는 2007년 이후 미술 시장이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해로 두 기관에서는 미리 2021년 한국 미술 시장 규모를 예측·분석하고 올해 미술 시장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2021년 12월 30일에 ‘한국 미술시장 결산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 자료집은 1월에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아래는 해당 자료집에서 국내 미술 시장의 전체 규모와 컬렉터 성향에 대해서 2020년과 비교한 내용을 위주로 요약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함께 논의된 미술품 경매 결과나 해외 미술 시장 분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Cover page of "Korean Art Market Settlement Conference." Korean Arts Management Services. ©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12월 20일을 기준으로 2021년 국내 미술 시장 규모를 9,223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 미술 시장 역대 최고치이다. 2020년에는 3,291억 원으로 180.2%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19의 범유행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의 3,812억 원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2021년 한국의 미술 시장 규모는 2020년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1%를 차지해 7번째로 큰 미술 시장이었던 스페인과 견줄만한 규모이다. 아트 바젤과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미술 시장의 거래액은 약 60조 원으로 미국(42%), 중국(20%), 영국(20%), 프랑스(6%), 스위스(2%)와 독일(2%) 그리고 스페인(1%) 순으로 점유율을 보였다.
미술 시장을 크게 갤러리, 경매 회사, 아트 페어, 세 가지로 나눠봤을 때, 2021년 갤러리 시장의 규모는 약 4,400억 원으로 164.3%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경매 회사의 경우는 3,280억 원에서 3,400억 원으로 추정되어 전년대비 183.2% 증가한 것으로 예측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아트 페어시장으로 전년대비 229.7%가 증가한 약 1,543억 원 규모로 측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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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은 국내 미술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성장의 요인을 분석하고자 2021년 한국에서 보도된 미술 시장 관련 기사의 키워드를 2020년과 비교했다.
시장과 관련한 키워드를 놓고 봤을 때 2020년에는 ‘위기’, ‘하락’, ‘불황’ 등과 같은 하락세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다수 등장한 것과는 달리 2021년에는 ‘과열’, ‘양극화’, ‘버블’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 미술계에 활력을 넣어줄 만한 소식들이 전달 되면서 이와 관련 키워드들도 새로 등장했다.
올해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프리즈 서울’, ‘리움’ 미술관의 재개관, ‘이건희 컬렉션’, ‘페이스’와 ‘쾨닉’과 같은 국내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다수의 해외 유명 갤러리들 그리고 ‘BTS’의 ‘RM’이 키워드로 새로 등장했다.
작가와 작품 관련 기사들의 경우, 2020년에는 ‘단색화’ 및 ‘이우환’, ‘김환기’, 윤형근’과 같은 관련 작가, 그리고 ‘카우스’,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와 같은 유명 해외 작가가 키워드로 등장했지만, 2021년에는 ‘단색화’를 비롯해 ‘우국원’, ‘김선우’와 같은 젊은 작가나, ‘이건용’, ‘김구림’ 과 같은 한국 아방가르드 운동을 주도한 작가들의 이름들이 새로 등장했다.
이러한 새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하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 한 것이 MZ세대의 유입으로 분석했다. 서울경제 문화부 조상인 차장은 취향 공유와 소통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컬렉터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컬렉터 문화가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어떤 작품이 누구한테 갔는지에 대한 거래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관례가 있어 국내의 미술품 유통 상황이나 컬렉터들의 특성을 파악하기가 다소 어렵다. 하지만 젊은 컬렉터일수록 다방면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어 컬렉팅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용이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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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의 취향은 팝아트적 경향이 강하며 옥승철, 문형태, 우국원, 김선우 등 또래 작가의 동시대적 감각을 살린 회화작품이나 해외의 신진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혔다.
또한 이들은 투자 목적으로 예술작품에 접근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MZ 세대는 기술 변화, 경제 붕괴, 세계화의 시기에 성장해 부모 세대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수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해외 유명 작가들의 1,000만 원 이상 되는 고가의 에디션(판화)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박서보, 김창열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다만, 이는 일부 젊은 작가나 거장들의 작품에만 편중되었다. 40~50대 중견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었으며 박수근, 이중섭과 같이 한국의 국민화가라 불리는 작가들의 인기도 주춤해졌다고 분석했다.
비록 젊은 세대들이 미술품을 투자 목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컨퍼런스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미술계의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오는 9월 ‘프리즈 서울’이 개최될 예정이며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 지사 개관에 대한 잇따른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해 한국 미술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컨퍼런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