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image of the "Art Market Report for the First Half of 2022" © Korea Art Authentication & Appraisal Research Center.
전문가들은 올 초 최고조에 달했던 한국 미술 시장이 이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특히 경매 시장의 지표 분석을 통해 더 이상 미술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만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지난 8월 13일에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미술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술 시장은 안전장치 없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센터는 “1년 반의 짧았던 호황 시장은 끝이 나고, (경매 시장에서) 한껏 가격이 오른 작품들이 엄격한 잣대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이미 거래되는 작가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11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2022 상반기 한국 미술 시장 세미나’에서는 국내 경매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낮게 바라보기도 했다. 발제자였던 조상인 미술 전문 기자는 최근 경매에서 상승 폭이 컸던 젊은 인기 작가의 작품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작가의 작품은 1년도 되지 않아 몇 차례 재판매 되는 리세일 사례가 이어졌으며, 올해 3월과 4월 사이 작품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Geographical breakdown of turnover from Contemporary Art auctions (July 1, 2021 – June 30, 2022) ©artprice.com.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8월 경매는 규모가 축소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서울옥션은 173억 원에서 125억 원, 케이옥션은 97억 원에서 61억 원 규모로 감소했다. 이는 9월 초, 전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들이 몰리는 프리즈와 키아프 아트 페어를 염두에 둔 방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수집가들은 아트 페어가 열릴 때까지 작품 구매를 보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 시장은 이미 지난 5월부터 경매 낙찰액에 큰 영향을 미치는 블루칩 작가들의 대형 작품들이 유찰되는 등 거래 둔화 조짐을 보여 왔다.
주춤한 미술 시장은 어려워진 경제와도 관련이 있다. 가상 화폐 폭락과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사치품인 미술품 소비가 먼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미술품을 투자재로 여겨 왔던 만큼 최근 미술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많은 작품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에 미술품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게 된 것이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이러한 거래 둔화 조짐의 일부는 경매 시장의 지나친 가격 왜곡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호황기 작품 매매를 독식하다시피 한 경매는 몇몇 주요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경매에 올리고 가격 상승 수치를 만들어 내면서 ‘되는’ 작가에게만 자금이 집중되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당 작가들의 작품이 “매회 가격이 상승했고, 상승 가격을 기준으로 추정가를 책정해 다시 상승하면서 가격 거품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국내 미술 시장 규모에 비해서 가격 왜곡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면 젊은 작가들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작품 가격은 한 번 오르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작가의 작품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은 좋지 않다. 미술 시장 호황기에 이들의 작품이 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
경제적 상황이 변해 시장이 가라앉으면 컬렉터들은 위험 부담이 있는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즉,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미 높아진 작품 가격과 그에 미치지 못한 수요에 차이가 발생하면 갤러리 또한 이들과 함께 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시나 판매 등과 같이 경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국내 미술 시장 호황기였던 2007년 이후 미술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다수의 젊은 작가들이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작업 활동을 이어 나가지 못한 사례가 여럿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미술 시장이 한 차례 주춤했다고 해서 국내 미술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경매 시장을 포함한 전체 미술 시장 규모는 이미 5,639억 원으로 추산되며,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미술품 거래량이 더 많아 앞으로 거래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곧 개최되는 프리즈와 키아프 아트 페어의 거래량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미술 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인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해외 미술계가 국내에 지속해서 유입되고 한국의 근현대 미술이 전 세계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 꾸준하게 소개되고 있는 만큼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 미술 시장이 장기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견고한 미술 시장 기반과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