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의 앤드류 루스는 오는 5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현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에서 개최 예정인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개인전 소식을 전하며 이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문경원 작가는 개인과 사회,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에 주목하여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서사적으로 푸는 작업을 해 왔고, 전준호 작가는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적 배경에서 나타나는 정치·사회적 현상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두 작가는 2009년 현대 및 동시대 예술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예술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모순과 양면성을 되돌아보기 위해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서 ‘미지에서 온 소식’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미지에서 온 소식’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소설가이자 사상가였던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 산업 디자이너, 연기자,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10여 년간 세계 각지의 특성에 따라 이야기를 구성해 온 작품으로 전개되었다.
영상 작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미지에서 온 소식’은 설치, 아카이브, 다학제적 연구 및 워크숍, 출판물 등 다양한 작업 방식과 함께 구축되어 온 작품이다.
Moon Kyungwon and Jeon Joonho, ‘News From Nowhere: Freedom Village,’ 2021. 2 channel HD video installation, color, sound, 14 mins 35 sec.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Aproject Company.
21세기 미술관에는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전에 전시된 바 있는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이 포함되어 전시될 예정이다. 해당 작품은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대성동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북 비무장지대에 각각 1곳씩 마을은 둔다’는 규정에 따라 생긴 마을로, 남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유엔 산하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출입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만 이러한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세금을 면제받고 남자들은 병역면제를 받고 있다.
이곳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본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비록 제한으로 인해 이 마을을 촬영할 수는 없었지만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작업을 만들었다.
두 개의 화면으로 나뉘어 등을 맞대고 있는 영상 작품 한쪽 화면에서는 자유의 마을로 보이는 곳에서 살아가는 한 인물이 숲에서 채취한 식물을 분류하고 표본을 풍선에 달아 하늘로 보낸다. 병치된 화면에서는 먼 미래,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방에서 고립된 채 감시를 받으며 지내는 다른 남성이 나온다. 어쩌다가 표본을 받은 이 남성은 비밀리에 씨앗을 심게 되면서 최첨단 방에서 나가기를 결심한다.
Moon Kyungwon and Jeon Joonho, ‘News From Nowhere: Freedom Village,’ 2021. 2 channel HD video installation, color, sound, 14 mins 35 sec.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by Lee Jincheol.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미지에서 온 소식’은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 처음 선보여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두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2’ 최종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대상인 ‘눈 예술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선정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작품을 선보였고 2013년 시카고 미술관, 2015년 스위스 취리히의 미그로스 현대미술관, 2018년 영국 테이트 리버풀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