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우환 작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자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우환 작가의 회고전이 독일의 수도 베를린 국립현대미술관인 함부르크 반호프(Hamburger Bahnhof– Nationalgalerie der Gegenwart)에서 열리고 있다. 2024년 4월 28일까지 열리는 해당 전시는 지금까지 열렸던 이우환 작가의 회고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이우환 작가의 작업 세계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전시 기간에 바로크를 상징하는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의 회화 작품이 있는 렘브란트 룸에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함께 병치해 독일에서 작품 세계를 구축했던 작가의 예술 세계와 미술관 소장품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한다.
한국 현대 미술, 특히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분야에 큰 공헌을 한 이우환 작가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돌과 철판같은 재료를 단순하게 배열하여 재료의 본질적인 특성을 강조하고 이들 간의 상호 작용을 드러낸다.
이우환 작가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의 모노하(もの派) 미술 운동을 이끈 인물 중 한 명이다. 모노하는 손대지 않은 자연 상태의 물체 그 자체를 탐구하고 거기서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며, 나아가 재료와 그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는 것에 초점을 둔 예술 운동이다. 특히 이우환 작가의 예술 철학은 재료, 공간, 관객의 경험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관계성’이라는 개념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작품을 넘어 미술 이론과 비평에도 큰 공헌을 했는데 예술에 관한 그의 저술은 현대 미술 담론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이우환 작가가 약 50년 전인 1973년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에서 첫 전시회를 연 이래 작가의 이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지역이다. 이후 작가는 독일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지만, 함부르크 반호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거의 20년 만으로 독일 현대 미술의 중심부로 돌아온 그의 복귀를 기념하는 전시이다. 이번 회고전은 이우환의 유산을 기리는 것은 물론, 현대 미술계에서 이우환의 위상을 재조명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