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에서부터 20일까지 학여울에 있는 컨벤션 센터인 세텍(SETEC)에서 ‘2022 화랑미술제’가 개최되었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화랑미술제는 많은 미술계 관계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개최되었다. 국내 주요 아트 페어 중 가장 먼저 개최되는 페어로 한 해의 국내 미술 시장 흐름을 미리 전망해 보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특히 작년 국내 미술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급격하게 팽창을 이루면서 그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올해 페어에는 지난해보다 36개 많은 143개 갤러리가 참가해 800여 명의 작가가 출품한 약 4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약 5만 3천여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해 작년보다 약 5천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었다. 

2021년 당시 역대 최대였던 72억 원이라는 매출액을 올린 화랑미술제는 올해도 연이어 매출 기록을 깼다는 소식을 전했다. 올해는 그보다 2.5배 많은 177억 원을 기록했고, 개막 첫날에만 매출 45억 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전했다. 

Galleries Art Fair 2022.

판매 규모가 증가한 만큼 이번 페어에서 완판을 이뤘다고 발표한 갤러리가 다수를 이뤘다. 이데일리에서 한 갤러리 관계자는 “원체 완판이 많아 안 팔리는 작품이 생기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갤러리에서 판매한 ‘단색화’ 작가 박서보의 작품이 4억 2천만 원에 판매되었고, 갤러리현대의 이강소 작가의 작품이 2억 원에 판매되었으며, 예화랑에서는 장승택 작가의 작품이 ‘완판’됐다. 

그러나 다수의 매체에서는 대가들의 억대 작품보다는 100만~300만 원대의 소형 작품을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작년에 이어 이번 페어에서도 젊은 세대가 매출을 주도했으며, 대작가보다 중견·신진 작가들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과 조금 다른 양상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개한 ‘한국 미술 시장 결산 컨퍼런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술 시장에서는 중견 작가들의 판매가 다소 부진했고 대가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주를 이루었다고 발표했다.

다수의 갤러리에서는 이번 페어에서 국내 중견 작가의 작품, 후기 단색화 작가 작품 그리고 젊은 세대의 신진 작가의 작품이 비슷한 비율로 전시되고 판매되어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Galleries Art Fair 2020. Courtesy of the Galleries Art Fair and the Galleries Association of Korea.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진행하는 페어로, 국내 최대 규모 아트 페어인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도 함께 주최하고 있다. 화랑미술제가 젊은 작가, 중저가 작품, 소품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키아프는 동시대 세계 미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미술의 대중화를 꾀하는 국제 아트 페어로서 그 정체성을 두고 있어 두 페어의 취지는 다르다.

하지만 그동안 예술품은 특수층만 즐기는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컬렉터 기반이 약했던 국내 미술 시장의 특성상 다수의 페어가 인기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출품하는 실정이어서 아트 페어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관계자들은 늘어난 컬렉터층 덕분에 원래 취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으로 전했다. 문화일보에서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화랑미술제의 당초 취지는 신인 작가들을 소개하고 기성 작가들의 신작을 만나는 것이었다”며 “이제 그 본질이 제대로 살아난 셈”이라고 전한 바 있다. 또한 한국화랑협회 홍보 이사인 두루아트스페이스 김정숙 대표는 “화랑미술제 특징이 젊은 작가, 수집가의 축제로 잡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Galleries Art Fair 2020. Courtesy of the Galleries Art Fair and the Galleries Association of Korea.

국내 미술 시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경제에서는 페어에 입장하기 위한 기나긴 대기 줄이 화랑미술제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며, 비슷한 기간에 열렸던 평창동의 한 갤러리의 전시에서도 입장하기 위해 텐트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이러한 과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젊은 컬렉터들의 모습이 ‘보복 소비’ 경향과 남들과 비교해 뒤처질까 두려워 소비하는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 투자 행위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미술품 또한 투자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러나 미술품은 유동 자금 유입을 위한 대상이 아닌 문화 자본으로 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와 컬렉터층의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