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까지 개최된 화랑미술제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5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번 아트 페어는 젊은 컬렉터들을 타깃으로 신진 작가들의 트렌디한 작품을 선보였다.
Galleries Art Fair 2023. Courtesy of the Galleries Association of Korea.
아트 페어는 경제 성장과 미술 시장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그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에 아트 페어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이후 국내 아트 페어 시장은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08년 21개에 불과했던 국내 아트 페어 개최 수는 2018년 53개로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65개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처음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아트 페어가 바로 화랑미술제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2002)와 함께 한국화랑협회가 주최·주관하는 화랑미술제는 1979년 제1회 ‘한국화랑협회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986년 ‘한국화랑협회미술제전’으로 개칭했고 당시 ‘서울아트페어(Seoul Art Fair)’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현재 이름인 ‘화랑미술제’로 변경된 것은 1987년 제6회부터이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지난 4월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었다. 41회를 맞이한 화랑미술제는 ‘최대·최다 규모’라는 타이틀을 내걸며 156개 갤러리에서 내놓은 900여 작가들의 작품 1만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 공간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과 D홀, 두 개의 홀로 확장해 예년에 비해 커진 부스 사이즈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화랑미술제에는 첫날 4,500여 명을 포함하여 닷새간 5만 8,000여 명이 방문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00여 명이 늘어난 수치로 관람객 수로는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판매 성과는 지난 2년간의 기록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협회가 올해 판매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랑미술제는 2021년에는 72억 원의 성적을 냈고 지난해 2022년에는 그에 두 배가 넘는 금액인 최고 판매액 17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Galleries Art Fair 2023. Courtesy of the Galleries Association of Korea.
화랑미술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명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키아프와 차별화하기 위해 젊은 컬렉터들을 겨냥한 신진 작가들의 트렌디한 작품을 선보였다.
많은 참여 갤러리들은 1980~1990년대생 젊은 작가의 작품을 내세웠으며, 판매가 이뤄진 작품들도 주로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만화 같은 팝아트적 경향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또한 이들보다 한 세대 위인 하태임, 이영지, 고상우, 권기수 등 ‘젊은 중견’ 작가의 작품도 이번 페어에서 판매 호조를 보였다.
작년 이어서 화랑미술제는 중저가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화랑미술제에 참가한 화랑들은 예년과 달리 처음으로 작품을 컬렉션한 고객들이 많았다”고 알렸다.
그러나 화랑미술제와 관련해 매년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점이 언급되어 왔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운영하는 아트 페어로 협회 소속 갤러리가 참가한다. 참여 갤러리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참여 조건으로 인해 참여 갤러리들이 내건 작품의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페어 참가자가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판매가 잘 이뤄지는 작품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화랑미술제에 대해서도 아쉬워하는 반응이 있었다. 올 화랑미술제는 지난해 세계적 규모와 수준을 자랑하는 프리즈가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협회에서 처음 선보인 아트 페어였으나 참여 갤러리 및 장소를 넓힌 것 외에는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전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Galleries Art Fair 2023. Courtesy of the Galleries Association of Korea.
전문가들은 화랑미술제를 포함한 국내 아트 페어에 장기 기획이 부재하다는 점을 매년 지적해 왔다. 올해 화랑미술제는 시장에서 판매가 잘되나 매년 비슷하게 내걸던 단색화 작품의 비중을 줄였으나 여전히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페어의 질적 성장보다는 단기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 전략은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해외 미술계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이 한국 미술계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짐에 따라 대중들이 미술을 바라보는 안목도 앞으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를 보았을 때, 당장의 판매액을 사수하기보다는 협회의 기획력을 통해 중요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국내 아트 페어들은 판매가 잘 이뤄지는 작품과 함께 국내외 미술사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별하는 일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미술 시장은 단발적으로만 판매되는 작품이 아닌 꾸준히 미술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거래가 되는 작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아트 페어들은 판매량과 매출액보다는 어떤 작품이 누구에게 판매되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작품이 중요한 컬렉터와 기관에 들어가는 것은 미술계의 발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