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서울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2025년 서울점과 부산점에서 펼쳐질 다채로운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첫 번째로, 갤러리는 오는 3월 20일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미술가의 개인전으로 새해의 문을 연다.

먼저 K2와 K3 공간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현대미술가 최재은은 1986년부터 종이를 땅속 깊이 묻어 토양과의 상호작용을 물질화하는 등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관심을 작업으로 구체화해왔다. 국제갤러리는 그의 작업세계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긴급한 과제인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숲 속의 자연요소들이 만들어내는 회화와 하늘의 실시간 초상을 담은 사진 작업 등으로 자연의 서정적 풍경을 그리는 한편, 그가 2015년부터 진행해온 DMZ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한다. “자연국가(Nature Rules)”의 이름 하에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DMZ 생태 현황 분석도를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산림을 복원하는 작업이 자리하는데, 본 전시에서는 그 구체적 방법과 과정 등을 실질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하종현, 〈Conjunction 24-27〉,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같은 시기 K1과 한옥에서는 하종현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도출해낸 가장 최근작들을 소개한다. 물성에 대한 초기의 다양한 실험 및 시도들이 회화적 문법으로 자리잡아 그만의 고유한 ‘배압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회화의 장을 선보여왔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새로운 길을 굳건히 개척해온 하종현 작업의 현재적 상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4월 말에는 부산점에서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연두는 삶에서 마주하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일상의 모순을 영상, 조각, 드로잉 등으로 시각화하는데, 특히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음악적 표현과 우연성은 '치유'와 '염원'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하는 작가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에 주목하는 전시로 기획될 예정이다.

김세은, 〈새 길을 위한 정지〉, 2023. 사진: 안천호. ©김세은

6월에는 이성휘 큐레이터(하이트컬렉션 소속)가 기획하는 젊은 회화작가 그룹전 “회화 이후의 회화”(가제)가 서울점 K1과 K3에서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의 범람과 매체 경계의 해체라는 동시대 예술 상황 속에서 젊은 화가들이 시대적 징후를 어떻게 진단하고 탐색하며, 개인적 서사와 정체성을 탐구하거나, 사회·정치적 감수성을 작업에 투영하는지 등을 살펴본다.

비슷한 시기, 서울점 한옥에서는 ‘전통’을 주제로 엮은 그룹전 “한옥 2025”가 열린다. 전시는 단절된 듯 보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전통 기법, 또는 눈에 띄지 않게 현대 사회 속에 스며들어 있는 옛 사상, 잊힌 이야기 등을 한데 엮는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 그 상투성을 벗어나 동시대의 중심에서 어떻게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적인 기획전이 될 것이다.

갈라 포라스-김, 〈The weight of a patina of time〉, 2023. Courtesy of the artist. ©국제갤러리

9월경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지난 70여 년간 조각, 드로잉, 회화, 판화,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고유한 시각언어를 구축해낸 루이스 부르주아는 다양한 차원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부르주아는 유기에 대한 두려움, 섹슈얼리티, 정체성, 타자와의 관계 등에 대한 삶과 맞닿은 문제들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 이를 다채로운 형식의 작업으로 탐구했다.

비슷한 시기 갈라 포라스-김의 첫 개인전도 진행된다. 역사를 서술하고 독해하는 과정에 내재된 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는, 여러 인위적인 맥락 하에서 무형의 유산이 규정되고 관리되는 방식에 집중한다. 2025년도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해 보려는 시도로 자연에 임의적으로 혹은 자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관습을 시각적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장파, 〈Women/Figure: Mama Series〉, 2023. Courtesy of the artist. ©국제갤러리

2025년 연말에는 장파의 개인전 역시 처음으로 개최된다. ‘여성적 그로테스크’라는 수사로 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역사적으로 타자화된 감각들, 즉 여성이라는 범주로 규정되어 대상화되어온 감각들을 적극적으로 주체화하고, 이를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구현한다.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는 그가 그리는 여성의 신체와 장기를 품은 유머의 문법을 통해 그동안 다양한 시공간의 문화권에서 등장한 여성의 도상이 재맥락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2025년의 마지막 전시로는 다니엘 보이드의 개인전이 마련된다. 작가는 자신의 생물학적 뿌리에 대한 주체적 연구를 기반으로 유럽 중심의 역사 서술이 지배해온 낭만주의적 개념을 경계하고 의심함으로써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복원한다.

보이드의 작업은 복수의 관점 및 시점을 장려하며 단일한 혹은 즉각적인 의미의 전달을 보류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를 의식적인 어둠에 빗대기도 하는 그의 회화 앞에서 우리는 이를 각자의 지식, 배경, 상상력으로 채워 밝히며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타개해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2025 예정 전시 계획표 ©국제갤러리
References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