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When the water rises” ©Johyun Gallery

조현화랑은 황지해 작가의 개인전 “물이 오를 때”를 2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흙과 자연을 매개로 생명력과 본질을 탐구하는 황지해(b. 1975) 작가의 고유한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황지해는 한국의 전통미학과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융합해 독창적인 정원을 창조하는 작가로,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삶의 본질로 여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루망과 박주가리를 소재로 한 정원을 선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When the water rises” ©Johyun Gallery

어둑한 공간 속 설치된 노루망과 박주가리가 자연의 섬세한 형상을 담아내는 한편, 흙 냄새 가득한 ‘흙방’은 생명력의 원시성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며 우리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바늘처럼 얇은 박주가리 씨앗이 그물 망에 담기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번식을 위한 여행을 하고, 그렇게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는 모습을 고요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된다.

박주가리 그림자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동굴처럼 어둑한 ‘흙방’이 나온다. 부산 기장군에서 가져온 비옥한 흙을 두툼하게 깔고 벤치 하나만 놓은 간결한 구성은 온전히 후각적인 경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Installation view of “When the water rises” ©Johyun Gallery

작가는 “우리 모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존 속에서 살아가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안다’라고 하는 것들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박주가리 씨앗들이 땅속에 보이지 않는 형상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이른 아침 태양이 식물을 통해 어떤 말을 하며, 보이지 않는 미기후微氣候(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는 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견고하게 지켜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번 전시에 대해 “하늘과 땅 사이, 작고 여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