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미술계에서는 세계적 문화 명소인 국립 퐁피두 예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de Culture Georges-Pompidou)의 분관 유치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과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퐁피두 센터의 특징
퐁피두 센터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7년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이 건물은 내부에 있어야 할 배관이나 구조물이 외부로 드러나는 독특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방문하는 파리의 명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퐁피두 센터 해외 분관 유치의 배경
퐁피두 센터는 노화된 건물의 보수와 확장의 필요성으로
인해 2025년 말부터 5년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2030년에 재개장할 예정입니다. 이 공사는 약 2억 6천만 유로(약 3,700억 원)의 비용이 들며, 기존
미사용 공간도 재활용하여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내부 구조 개선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퐁피두 센터의 재공사 비용 대부분은 프랑스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추가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퐁피두 측은 리노베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소장품을 해외에 임대하거나 장기 해외 기획전을 통해 공사 비용을 마련하고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의 분관 유치나 작품
임대를 통한 전시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전시가 확정되었거나 분관 유치를 진행 중에 있지만 분관 유치가 거의 확정적이었던 미국 뉴저지주는 최근 막대한 운영 예산을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최종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한화그룹의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현황
한화그룹은 2025년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에 퐁피두 센터 분관 개관을 최종 확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현재 운영중이던 아쿠아리움을 철수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화는 2018년부터
퐁피두와의 협력을 추진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지연되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한화는 그들 소유인 63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주변 땅도 재정비하여
약 1,000평의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참여하여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퐁피두 센터와의 계약기간은 4년이며 매년 두 차례의 특별 전시를 통해 마티스, 피카소, 샤갈 등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화는 이를 통해 국내외 미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국 미술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분관은 서울을 글로벌 예술 허브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예술 관광과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하였습니다.
부산시의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계획
부산시는 2031년까지 해변을 끼고 돌며 뛰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이기대 지역을 대규모 공원으로 꾸미고자 하는데, ‘이기대 예술공원’의 강력한 랜드마크로서 퐁피두 센터 분관을 유치하여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도시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미술관은 연면적 1만 5,000㎡ (약 4,500평) 규모로, 전시실, 창작 스튜디오, 공연장, 교육실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총사업비는 1,081억 원에 달하며 연간 125억 원의 운영비를 투입하면 개관 첫해에 약 46만 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퐁피두 분관 유치 무산
잠깐 과거를 돌아보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2년부터 퐁피두 센터와 구체적 협의가 있었으나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인해 논의를 접었습니다. 대신, '문화예술공항'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국제 미술관의 분관 유치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특히 루브르 박물관과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의 찬반 논쟁의 핵심
찬성 측에서는 이 분관의 유치가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기회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부산은 글로벌 예술 허브로 성장할 수 있으며, 경제적 효과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부산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퐁피두 분관 유치를 통해 지역 내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4,48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 부산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제공
반면, 반대
측은 주로 재정적 부담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퐁피두 센터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약 1,100억 원 이상의 건축비와 매년 12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부산시의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자생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시민단체들은 시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중요사례 :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언뜻 표피적으로는 세계 유명 미술관의 분관을 설립하면
많은 관광객들이 유치되고 따라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의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빌바오 구겐하임의
성공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건축물이나 좋은 전시가 아니라 한 도시 전체가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인 노력과 인내 때문이었습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스페인
먼저 정치적 협력과 전략적 계획입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프로젝트는 스페인 정부, 바스크 지역정부, 그리고 빌바오 시정부의 강력한 협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각 정부 기관은 미술관 건립을 위한 정치적 합의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스크 자치정부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약 1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했으며, 이와 같은 재정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미술관은 설립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지역 사회의 참여와 신뢰를 구축해 가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신뢰 구축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초기에는 많은 주민들이 큰 공공 자금이 미술관 건립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반발을 보였습니다. 이에 프로젝트 팀은 꾸준한 홍보와 소통을 통해 미술관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와 삶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설득하고,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힘썼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도시 재생 계획을 구축하여 꾸준히 추진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빌바오 전역을 문화적, 경제적으로 재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도시 재생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이 계획은 20년 이상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철저한 도시계획과 인프라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항만, 교통망, 환경 정비 등 도시 전반에 걸친 기반 시설이 미술관과 함께 새롭게 구축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겐하임 재단과의 장시간 긴밀한 협력과 신뢰가 있었습니다.
뉴욕 구겐하임 재단과의 협력은 미술관 운영과 콘텐츠 제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했습니다. 재단은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 마케팅 전략, 운영 모델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장기적이고 다면적인 노력이 결합되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순한 건축물 이상의 상징으로서 하나의 도시를 재생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
미술은 본질적으로 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에 단순히 해외의
유명 작품을 들여와 전시한다고 해서 흥행이 지속하고 관광객이 넘칠거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술 전시는 에르메스나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치밀한
계획과 예산 ,그리고 지자체와 시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업 등이 적어도 십년 이상 지속되어도
그나마 약간의 성과를 얻을까 말까입니다.
대한민국은 서울이나 지자체나 아직도 탁상행정, 남에게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문화예술을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각 지역에는 거대 예산으로 만들어 놓은 문화예술센터, 미술관이 넘쳐납니다. 부산도 거대 미술관이 이미 2개나 존재하고 대규모의 아트페어도 2개나 존재하는데 현재 존재해 있는 인프라를 먼저 활성화시키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쪼록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후일 부산의 주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종호는 홍익대 예술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전공하였다. 1996-2006년까지 갤러리서미 큐레이터, 카이스갤러리 기획실장, 아트센터나비 학예연구팀장, 갤러리현대 디렉터, 가나뉴욕 큐레이터로 일하였고, 2008-2017까지 두산갤러리 서울 & 뉴욕,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총괄 디렉터로서 뉴욕에서 일하며 한국 동시대 작가들을 현지에 소개하였다. 2017년 귀국 후 아트 컨설턴트로서 미술교육과 컬렉션 컨설팅 및 각 종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21년 에이프로젝트 컴퍼니 설립 후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한 플랫폼 K-ARTNOW.COM과 K-ARTIST.COM 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