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 갤러리에서는 2022년 9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함진(b. 1978) 작가의 개인전 “엄마”를 개최한다.
기술과 도구의 발전으로 작품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함진 작가는 오히려 손끝을 이용해 초소형 조각을 한다. 30cm 크기의 조각 작품도 그에게는 대형 작품에 해당한다.
함진 작가의 작품은 대체로 10cm 안쪽의 크기를 가졌다.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의 관람을 위해 돋보기도 구비되어 있을 만큼 그 크기가 작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각기 디테일이 살아 있어 계속 들여다보게끔 하는 매력을 지녔다.
과거 함진 작가는 합성 점토 그리고 먼지나 벌레 사체와 같은 비미술적 재료를 이용해 작은 크기의 인간, 동물, 미확인 생명체를 만들어 현대인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검은 점토만을 사용해 좀 더 추상적인 형태의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함진 작가는 육안으로 보기 힘든 마이크로한 크기의 괴생명체들을 선보인다. 온갖 색의 폴리머 클레이로 제작된 조각상들은 동물계와 식물계, 비생물계가 뒤엉킨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작품은 긴 받침대에 개별적으로 서 있어서 서로 연결된 서사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작품별로 각자만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엄마’나 ‘나’라는 작품 같이 조각들은 현실에 기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비현실적인 신화의 등장인물 같기도 하다. 함진 작가의 조각 작품들은 초소형의 크기를 갖지만 무한한 상상을 담고 있고,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며, 무질서하면서도 정밀하다. 손끝으로 만든 함진 작가의 작품은 그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함진 작가는 1999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부산비엔날레, 200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는 PKM 갤러리, 일본 아오모리 현대미술센터, 런던의 하다 컨템포러리, 두산갤러리, 챕터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파리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후쿠오카 아시아미술트리엔날레, 파리의 에스파스 루이비통, 갤러리바톤, 서울대학교 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