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Trip” Installation view at Chapter II ©Chapter II

연남동의 갤러리 챕터투(Chapter II) 에서는 이의성(Lee Ue Sung b.1982) 작가의 개인전 “롱 트립(Long Trip)”을 6월 3일까지 진행한다. 이 전시에서는 2021년 ‘챕터투 레지던시(Chapter II Residency)’에 선정된 이의성 작가의 입주기간과 그 후에 진행한 신작들을 선보이고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본질적인 속성만 바꾼 채 사물의 외양만 빌려 정교하게 제작하는 작업이 트레이드 마크로 자신만의 형식으로 전시를 위트 있게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냉동 참치와 스티로폼 박스가 그 대상으로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상대성을 물질과 에너지의 여정으로 그려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냉동 식품들은 상품가치나 신선도가 생물이나 냉장 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 예외 중 하나가 참치이다. 냉동 참치는 먼 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혀 바로 급속 냉동되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수개월이 지난 후 얼음껍질을 입은 채 하적된다. 이 과정에서 참치의 부피와 무게는 커지며 시간은 지연되는데 그간 투입된 에너지가 고체화된 형태이자 시간의 껍질이 된다.

작가는 이 같은 과정을 보고 시공간과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관계를 자신의 작업에 적용시켜 “작업실 내부의 시간이 외부 현실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뒤늦게 알아채는 현재의 시간을 단초로 위치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물리적 혹은 심리적인 시간의 격차를 조각의 틀과 표면에 축적된 시간의 껍질로 담아낸다.” 고 설명했다.  

비미술적 재료, 오브제들을 사용한 작품과 전시 방식은 다다이즘의 수혜를 엿보이며 작가의 작품 세계나 삶에 대한 주된 의문을 위트 있게 관람자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