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마(b.1988) 작가는 드로잉, 페인팅, 설치, 그리고 퍼포먼스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성된 가치 체계를 교란시키고 소외되는 존재들에 주목하고 위로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모되고 미처 깨닫기도 전에 사라지며 손으로는 잡히지 않는 하찮은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물질’, ‘실체’, ‘가짜’를 주요 키워드로 작업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 “베이비(Baby)”에서 수많은 환생을 거친 아기(baby)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런 아기의 시선으로 전시 공간을 변화시켰다. 작가는 사루비아 전시장을 대리석을 가장한 시트지로 둘렀다. 핑크빛과 살구색 시트지와 설치물들은 산모의 배 속 빛깔, 아기의 연약한 살갗과 몸을 보호하는 피부가 갖는 이미지들을 은유한다.
환생을 거친 아기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살구빛처럼 순수하면서도 대리석을 가장한 시트지처럼 세속적이다. 아기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읽지만, 성장함에 따라 사회 시스템을 습득하며 그 틀 안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박보마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 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가치 체계를 해체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에서 소외되었던 다양한 대상들을 상기하고자 한다.
박보마 작가는 2023년에 리움미술관에서 차세대 국내 작가를 조명하는 ‘공간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물질의 의식”을 선보였으며,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에서는 “즐겁게! 기쁘게!”라는 30대 여성 작가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