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flet Drawing” Poster Image ©YPC SPACE

YPC SPACE는 소민경 작가의 개인전 “리플릿 드로잉”을 3월 10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동안 이어온 ‘리플릿 드로잉’ 연작 130여 점을 선보인다.

‘리플릿 드로잉’ 연작은 작가가 전시장에 직접 방문하여 얻은 리플릿에 출력된 내용과 무관한 그림을 그리거나 재료를 덧붙인 것이다. 서문 및 평문, 플로어 플랜과 작품 캡션 등의 정보를 담은 리플릿은 전시에 따라 서로 다른 판형과 제작 사양을 갖추지만 대체로 방문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무언가 쓰여 있는 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소민경은 이를 면밀히 독해하는 대신 그것이 단지 종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자신이 할 일을 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뾰족하고 확신에 찬 것이라기보다 본능에 가까운 – 종이가 있으니 뭔가 그려보아야 겠다는 – 것이다. 이처럼 ‘리플릿 드로잉’은 작가의 포장된 그림인 ‘lol’ 연작(2014~)에서 보여준 바와 유사하게 주어진 이미지나 재료의 연원을 의식하지 않고 단지 재료로 취급하며, 이를 활용한 작품이 원전에 대한 코멘터리가 되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접근은 다종다양한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이 시대의 특징인 흐트러진 혹은 빗나간 집중력을 양분으로 삼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연작은 지난 1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미술 전시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노출함으로써 – 소민경이 각 전시에 대해 그랬듯 – 그것에 그려진 것을 살짝 간과하기로 선택한다면 리플릿은 미술계 현장의 변천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