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는 6월 9일까지 프랑스의 아티스트 콜렉티브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를 개최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가운데 하나인 클레어 퐁텐은 스스로 레디메이드 아티스트임을 표방하면서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과 정치적 상황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왔다. 표면적으로 새로워 보이는 작품생산으로 문화산업에 부응하는 특권적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와 예술작품을 차용하고 그에 실존적 사용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자본주의적 소유권에 대해 재고하고, 반복과 차이의 미학을 실천한다.
작가의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대표작 10점은 동시대의 시각문화는 물론, 긴급한 정치적 의제를 제안한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로 채택되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네온 작품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는 새롭게 한글이 추가된 가운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우리 안의 타자의 문제를 간명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한다.
깨진 액정 화면을 통해 바라본 이미지를 라이트 박스 광고판으로 치환한 여러 점의 작업은 동시대의 시각문화에 대한 통찰은 물론, 약자와 기후재앙, 재난 등 우리시대의 제반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 신작으로 첫 선을 보이는 <컷 업(Cut-up)>은 작가가 거주하는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이주의 역사와 문화적 복합성을 보여주는 몰입형 바닥 설치물이고 그 위에 놓인 수많은 레몬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유럽 남부의 상징이자,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이민자들(Migrants)을 비유한다.
‘예술은 정치적 난민들의 장소가 된다(Art has become a place for political refugee)’고 믿는 클레어 퐁텐의 작품세계는 들뢰즈(Deleuze)나 아감벤(Agamben)의 사상으로부터 필경사 바틀비(Scrivener Bartleby)와 오드라덱(Odradek)과 같은 문학적 인물들과 정서를 공유하면서 정치적 무력감에 잠식되어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 안에 내재된 강력한 이상주의적인 에너지는 우리로 하여금 예술 작품을 통해 현실을 직시할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