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건축 장르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로 주목받아 왔다.
뉴욕현대미술관의 경우 1932년부터 건축과 디자인을 전담하는 큐레이터 부서를 운영해 오며 현재 대형 디자인 오브제에서 건축 모델에 이르기까지 약28,000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시각 예술 문화를 선도하고자 2021년 11월에 문을 연 홍콩의 M+도 건축 관련 컬렉션을 적극 구축하고 있다.
국내 미술관에서 건축 컬렉션의 비중은 다른 국제 미술관들에 비해 매우 적지만 국내에서도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있다. 2014년부터 4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현대카드의 후원과 뉴욕현대미술관과 협업을 통해 젊은 건축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미술관 야외공원에 전시했던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건축 프로젝트로는 광주 폴리가 있다. 광주광역시와 (재)광주비엔날레가 추진해오고 있는 도심 재생프로젝트이다.
폴리(Folly)의 본래 뜻은 기능 없는 장식적 목적의 건축물이다. ‘폴리’라는 용어를 빌려 사용하긴 하지만, 광주 폴리는 동시대 예술과 건축을 접목해 여러 용도로 사용되며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첫 광주 폴리 프로젝트는 국내 유명 건축가인 승효상과 중국 시각 예술가 아이 웨이웨이가 공동 감독을 맡고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아이제만 등 국내외 건축가 및 예술가 10여 명이 참가해 많은 관심을 불러모은 바 있다.
이때 광주 구도심 여러 곳에 처음 설치된 11점의 소형 구조물들은 각 작가마다 한국 전통 건축이나 광주 읍성의 역사성, 또는 설치물이 들어가는 장소의 고유성을 현대적으로 접근하여 제작되었다. 광주 폴리는 지금까지 4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30개 이상의 구조물이 광주 곳곳에 세워져 있다.
광주 폴리에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했지만 국내 출신 동시대 예술가로는 서도호, 미디어 아티스트 진시영과 이이남 작가가 있다. 이들은 건축사와 협업해 폴리를 세웠다.
천으로 집을 형상화한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진 서도호 작가는 서아키텍트와 협업하여 틈새호텔을 선보였다. 트럭에 호텔을 꾸며 구도심 12곳 틈새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폴리들은 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지만, 서도호 작가는 투숙객들이 명소가 아닌 진정한 도시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이동하는 폴리를 만들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광주의 진시영 미디어 작가는 서울의 김찬중 건축가와 뻔뻔(FunPun) 폴리를 제작했다. 도심 내 버려진 공간에 각기 다른 주제로 4개소를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설치했다. 이이남 미디어 아트 작가는 건축사 김민국과 협업해 톨게이트에 74m 높이 7m 크기의 미디어 영상 구조물을 올렸다. 해당 폴리는 광주가 가진 ‘의향’ ‘예향’ ‘미향’이라는 의미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하고 있다.
국내 작가 외에도 뉴델리 기반의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 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 등과 같은 시각 예술가들과 렘 콜하스, 후안 헤레로스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광주 폴리는 지난 15일부터 ‘광주 폴리 리뉴얼 프로젝트 전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제5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배형민 총감독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계획 수립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