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이 런던의 넘버 9 코크 스트리트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그룹전, “인덱싱 더 네이쳐”전이 5월 23일까지 펼쳐진다. 전시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장르와 연령대를 아우르는 국내 출신 작가 8명과 해외 작가 5명을 소개한다.
갤러리 바톤은 국제 미술 트렌드를 반영한 전시 기획을 통해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갤러리이다. 런던의 갤러리 지구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갤러리 바톤은 역량 있는 해외 작가들과 더불어 한국 미술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hibition view of "LINE, CURVE, A COLORFUL GESTURE." Gallery Baton, Seoul. 2019. © Gallery Baton.
허우중(b. 1987)
허우중 작가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건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를 수집해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작가는 오직 직선과 곡선으로 사물의 구도를 표현해 그 형태를 매우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다. 예컨대 단색 바탕에 연필로 가는 선을 그리고 유화로 선을 덮거나, 사물의 윤곽을 스케치해 선의 일부와 주변을 지운다.
단순화된 기하학적 도형들은 불안정함, 긴박함, 불균형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현대인들이 계속해서 마주하는 불안, 공허, 막막함과 같은 감정을 회화의 형태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마치 캔버스 밖까지 무한한 공간이 이어질 듯한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개인과 전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Exhibition view of "BREATHING ISLAND." Gallery Baton, Seoul. 2017. © Gallery Baton.
배윤환(b. 1983)
배윤환 작가는 직간접으로 겪은 사회 문제와 역사 등을 소재로 삼아 드로잉과 회화에 서사를 담는다.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사건,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분노, 사건의 지지부진함에서 오는 지루함, 자기모순에서 오는 내적 갈등을 비롯한 소모적인 감정에 집중하고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한 감정과 생각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꾸려 나가듯 그림을 그려 작가만의 구상 회화적 오토마티즘(Automatism)을 만들어 낸다. 또한, 초대형 캔버스를 활용하거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등 회화에서 쓸 수 있는 매체를 폭넓게 바라보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Exhibition view of "PROMENADE." Gallery Baton, Seoul. 2021. © Gallery Baton.
빈우혁(b. 1981)
빈우혁 작가는 평화와 치유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숲, 호수, 공원과 같은 자연의 풍경을 그린다. 특히 인상파 회화에 감명을 받은 그는 이를 순수 회화가 지향해야 하는 이상향으로 삼는다. 복잡한 내면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녀갔던 자연의 풍경을 기억에서 꺼내 캔버스 위에 새롭게 조합하고 재해석해 평화로운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작품은 작가 개인에게는 승화의 과정이지만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의미나 서사도 담지 않은 오직 풍경 그 자체만 드러낸 회화로써 반향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Exhibition view of "THE FLEXIBLE BOUNDARIES." Gallery Baton, Seoul. 2022. © Gallery Baton.
최수정(b. 1977)
최수정 작가는 회화라는 형식을 확장하기 위해 물감에 자수를 더한다. 캔버스가 천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실은 회화 이미지나 캔버스 표면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자수를 통해 평면에 입체감을 줘 작품 밖에 있는 빛과 그림자까지도 회화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그는 어딘지 어지럽고 사이키델릭한 풍경을 그려 작품의 허구성을 강조한다. 이는 작품과 현실의 차이를 극대화하여 작품의 공간과 이를 관람하는 관객의 현실적 공간의 괴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또한, 이를 통해 관객이 작품의 공간에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한다. 이로써 작가는 회화가 갖는 고유한 성질을 강조하면서도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관계를 고찰한다.
Exhibition view of "THE SECRET LIFE." Gallery Baton, Seoul. 2021. © Gallery Baton.
김세진(b. 1971)
김세진 작가는 영화적 기법들을 작업에 도입해 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를 담거나 영화의 구조를 소재로 삼아 영상 작업을 한다. 현대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이나 도시 노동자, 이민자와 같은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현실과 가상 그리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습으로 펼쳐낸다. 작가는 다양한 영상 기법과 사운드, 영상 설치를 통해 공감각적으로 작품을 풀어낸다.
Exhibition view of "INFINITE TOLERANCE." Gallery Baton, Seoul. 2019. © Gallery Baton.
전시는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중진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고산금(b. 1966)
고산금 작가는 소설, 시, 법전 등에 나오는 텍스트를 활용하여 기호화하는 작업을 한다. 활자를 인조 진주, 구슬, 뜨개실 등을 활용해 글자가 갖는 시각적인 형태만 남겨 내용과 의미를 지우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언어가 갖는 이중성, 즉 진실과 오해, 투명성과 불투명성, 폭로와 숨김을 드러내며 텍스트의 시각적·지각적인 조형성을 강조한다.
Exhibition view of "Kim Bohie: TOWARDS." Space Can & Old House,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김보희(b. 1952)
김보희 작가는 동양화와 서양화에서 나타나는 화면 구성과 두 회화 양식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혼용한다. 이를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그려 풍경화의 지평을 넓힌다. 여러 차례 섬세하게 반복한 붓질과 과감하지만 단순한 색면으로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풍경화를 그린 구상 회화인 동시에 내면을 비추고 사색을 유도하는 추상적인 세계이기도 하다.
Exhibition view of "IIn Lieu of Higher Ground." Gallery Baton, Seoul. 2020. © Gallery Baton.
송번수(b. 1943)
송번수 작가의 작품은 판화, 태피스트리, 그리고 대규모 대지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매개체를 아우른다. 젊은 시절 부패한 사회의 불합리함에 저항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예술을 표현의 도구로 활용했다. 특히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가시’와 가시의 ‘그림자’의 이미지는 사회적 비판을 하는 동시에 내적 성찰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해외 작가로는 영국의 리암 길릭(b. 1964), 피터 스틱버리(b. 1969), 일본의 유이치 히라코(b. 1982), 벨기에의 쿤 반 덴 브룩(b. 1973), 독일의 막스 프리징거(b. 1980)가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런던 메이페어에 위치한 넘버 9 코크 스트리트는 세계적인 아트 페어인 프리즈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넘버 9 코크 스트리트는 세계적으로 유수한 갤러리들이 런던 메이페어의 갤러리 거리에서 유연하게 전시를 할 수 있도록 2021년에 만들어진 팝업 전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