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오래된 장소를 유지하고, 그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기 위해 폐 산업 시설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공간들이 다수 생겨났다.
국내에는 이러한 유휴 공간을 활용해 여러 전시를 펼치는 곳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독특한 장소에서 신진 작가의 전시를 마련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비영리 공간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통의동 보안여관
2007년 설립된 ‘통의동 보안여관’은 1942년부터 2004년까지 운영된 오래된 숙박 시설에 문을 연 예술 문화 공간이다. 경복궁 옆, 청와대 인근에 있는 전시 공간으로 두 개의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옛 여관 자리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옆 새로운 건물은 전시 공간을 비롯해 서점, 카페와 바, 장터, 교육 공간, 숙박 시설 등 다양하게 관리하고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지역의 특성과 건물의 본래 정체성을 살린 이름이다. 여관으로 운영될 당시 이곳은 많은 문화예술인, 문화재관리국, 문화체육관광국, 국립중앙박물관 연관자가 머물며 휴식을 취하던 장소였으며, 일제 강점기 때 활동했던 서정주 시인이 동료 시인들과 함께 “시인부락”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이 지역의 문화적 역사와 건물의 정체성을 계승해 사람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예술문화센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해 보안여관만이 가진 장소의 특수성을 알리고자 한다.
탈영역우정국
미디어 아티스트 김선형이 이끄는 리니어 콜렉티브가 2015년 서울 창전동에 있는 빈 우체국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탈영역 우정국에서 ‘우정국(郵征局)’은 우체국을 뜻하는 옛말로, 소통의 기능을 했던 건물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다. ‘탈영역’이라는 용어는 학문을 넘나드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예술가와 대중 간 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장소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실험 예술, 전통 예술, 미디어 아트, 페미니즘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가 유입되고 공유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전시, 공연, 워크숍, 상영회, 강연, 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아마도 예술 공간
‘아마도 예술 공간’은2013년 6월, 1980년대에 사용되었던 3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예술 공간이다. 일반적인 갤러리 형태의 공간인 화이트 큐브로 꾸미기보다는 욕실, 다락방 등 주택으로 사용되었을 당시의 본래 구조를 그대로 살려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도 예술 공간은 연간 전시 프로그램인 애뉴얼날레, 개인 및 단체전, 상영회, 공연, 강연,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시 기획서를 공모하는 ‘아마도전시기획상’과 40세 미만의 젊은 아시아 사진작가에게 수여하는 ‘아마도사진상’이라는 수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마도 예술 공간은 시각 예술 비평과 큐레이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결과보다는 다양한 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열린 공동체로서 현 제도권 미술계에 대안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
플레이스 막
플레이스막은 2010년 연남동의 전통 시장인 동진 시장 내 유휴 창고를 작가 스튜디오와 사무실로 바꾸면서 문을 열었다. 점차적으로 전시와 공연을 열면서 오늘날의 플레이스막이 되었다. 현재는 연남동 지점과 연희동에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막’은 무대를 가리는 덮개나 연극의 단락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지만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이처럼 플레이스막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예술의 ‘막’을 ‘마구’ 젖혀버릴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플레이스막은 신진 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을 개최하여 이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대중과 원만히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