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치" 2023년 2월 25일까지 휘슬에서 개최 - K-ARTNOW
김지평 (b.1976) 대한민국, 서울

김지평은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1999)하고 동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석사학위를 취득(2001)했다. 현재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김지평은 2001년 경인미술관 (서울, 한국)에서 첫 전시를 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김지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는데 이 시기에는 주로 책가도, 문자도 등의 민화 양식, 단청의 장식성 등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였다. 2013년《찬란한 결》 (가나 컨템포러리, 서울, 한국) 전시를 계기로 동양화의 재료나 화론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평안도 平安圖》 (2015, 아트컴퍼니, 서울, 한국),《재녀덕고 才女德高》 (2017, 합정지구, 서울, 한국),《기암열전 奇巖列傳》 (2019, 갤러리 밈, 서울, 한국) 등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가족사, 분단, 여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작가의 관점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룹전 (요약)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국), 아트스페이스풀(서울, 한국), 펑시엔 미술관(상하이, 중국), 이응노 미술관(대전, 한국), 인디프레스갤러리(서울, 한국)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수상 (선정)

제 21회 송은미술대상전 참여작가 20인에 선정되어 전시에 참가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서울 시립미술관(서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 한국), 가나아트 갤러리(서울, 한국), 하나은행(서울, 한국), 아모레 뮤지엄(서울, 한국), 한국 도자기(청주, 한국) 등이 있다.

주제와 개념

김지평은 동양화 혹은 한국화의 기법과 양식을 통해 현대의 세계관을 이야기해왔다. 김지평은 “동양화를 ‘전통의 현대화’로 번역하려는 현대미술의 오래된 관성과 ‘동시대’라는 시간 개념에 대한 지나친 강조”에 의문을 품고, 오히려 더 과거로 회귀하는 ‘의도적 시대착오’를 감행한다.

작가는 전통의 기표만을 차용하거나 반대로 전통에 잠재된 의미를 현대적으로 갱신하는 것, 둘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그는 전통회화, 산수화, 민화 등 동양 전통미술에서 고착화된 관념과 규칙을 직시하고 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리고 여기에 미술사적이자 사회사적으로 배제되었던 것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김지평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는 김지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다. 이때는 주로 책가도, 문자도, 화조도 등의 민화 양식이나 단청의 장식성을 현대의 시선의 재구성하는 작업을 전개했다.

이는 작가가 일찍이 가져왔던 혼종성 즉 ‘전통-현대문화’에 대한 관심, 그리고 민예적인 요소와 동시대예술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의 발현이었다.

2013년 개인전 《찬란한 결》(가나아트 컨템포러리, 서울)을 계기로 동양화의 화론이나 재료 등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2007년 개인전 《border life》(인사아트센터, 2007)에서 보여준 관념 산수에 오늘날의 한국적인 진경(군사시설이나 고층 아파트)을 끼워 넣은 ‘미채산수’ 연작이나 2010년 무렵 동양의 신화, 설화, 역사의 서사를 작품으로 끌어오는 시도 등에서 이미 전조를 보였다.

“무엇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는, 오히려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연결된다.”

이후 개최된 개인전 《평안도》(2015, 아트 컴퍼니 긱, 서울), 《재녀덕고》(2017, 합정지구, 서울), 《기암열전》(2019, 갤러리 밈, 서울)과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작가는 하나의 ‘스토리텔링’ 속에 작품들을 엮어 전시마다 독립된,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문학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민담, 신화, 여행기, 고문헌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참조하고, 주류 미술사에서 배제되었던 부적, 무속화, 불화 등의 전통도 작업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또한 작가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주요한 주제였던 ‘타자화되고 배제되어온 여성과 여성의 시선’이라는 문제가 이들 개인전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진다. 최근 개인전 《먼 곳에서 온 친구들》(2020, 보안여관, 서울)에서는 작가의 이전 작업에서 욕망과 유희의 주체라는 위치에 올라선 여성이 우리의 과거와 당시 예술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는 매개체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재야의 미술사, 동아시아 시각문화의 자연관이나 탈식민적 상상 등 작가의 관심 주제를 두루 보여주며 자신의 넓은 예술의 지평을 선보였다.

형식과 내용

김지평은 무조건적인 과거의 변용, 전통의 현대화는 경계한다. 오히려 과거의 시선으로 현재를 살피고 ‘더 옛것’으로 돌아가는 의도적인 시대착오를 통해 현대성을 반추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가의 주제적 특징은 그가 모색해온 방법론 혹은 매체의 특성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평안도》에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금니 그림을 그리고, 《기암열전》에서는 산수화의 가장 작은 단위인 괴석에 주목해 목탄, 먹, 석채, 경면주사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작가가 지속해서 다루어온 장황, 즉 두루마리, 족자, 병풍 등 동양화 전통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던 형식을 《재녀덕고》와 《먼 곳에서 온 친구들》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며 동양화의 물리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에서 영상 작품이나 리서치 과정에서 수집한 사물을 함께 전시해 감상 맥락을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 관객이 작품을 보는 데 작동하는 ‘물리적’ 조건들, 즉 표구의 배치, 시선, 틀을 다변화한다.

이렇듯 김지평은 전통, 동양, 아시아 등의 주제와 매체를 향한 상투적인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기를 추구한다. 그의 작업이 전통의 현대화라는 말로 요약되지 않는 이유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2000년대 중반은 전통 그림의 양식을 빌려 작품을 전개한 젊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미술 저널리즘, 대안공간 등의 주목을 받던 시기이다. 이후 약 2008년쯤까지 젊은 작가들의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았고, 미술시장에서도 전통양식을 차용한 현대회화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은 대중적 유행으로 이어져 민화 교실이 확산되는 등, 예술계 안팎으로 민화 특히 책가도가 하나의 장르회화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당시 김지혜로 활동하던 작가는 ‘책가도 작가’로 이름을 알리며 2007년에 인사아트센터에서 책가도를 위주로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했는데, 이 시기에 약 500여 점이 넘는 책가도를 그렸다는 일화에서 그의 인지도와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김지평이 이러한 인기에 갇히지 않고, 2013년 작업의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은 그가 지닌 진지한 작가적 태도와 작업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시사한다. 김지평은 책가도와 화조도 등으로 이름을 알린 후 ‘전통’ 혹은 ‘동양화’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기획전에 자주 초대되는 작가였다.

그가 작업의 주제와 형식을 확장하고 심화해 나간 이후에는 《산수-억압된 자연》(2019, 이응노미술관, 대전), 《설탕과 소금》(2021, 술술센터, 서울), 《송은미술대상전》(2021, 송은아트스페이스) 등 동아시아의 문화와 미술, 재야의 서사, 종교, 여성 등 다양한 기획전에 참가하는 등 더욱더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근사치" 2023년 2월 25일까지 휘슬에서 개최
A Team

Installation view of “Approximation” at Whistle, Seoul. (January 13, 2023 - February 25, 2023). Courtesy of Kim Jipyeong, Jazoo Yang, Sueyon Hwang, and the gallery.

작품은 과연 작가의 생각을 정확하게 형상화한 결과물일까?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박수지 독립 큐레이터는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람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전시를 열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휘슬에 개최된 “근사치”전은 2023년 1월 13일부터 2월 25일까지 동양화가 김지평, 회화 작가 양자주, 조각가 황수연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수지 큐레이터는 예술가의 생각, 작품이 갖는 물성, 작품을 설명하는 언어와 같이 작품을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제반 사항들은 일대일 대응이 불가하며 그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어떠한 추상적인 결과가 생긴다고 여긴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을 볼 때 작품, 작가의 생각, 그리고 작품 설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대신 약간의 추상적 상상력을 동반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까운 ‘근사치’를 갖고 이해한다.

박수지 큐레이터에게 그러한 예술의 특성은 오히려 다양한 자율성을 선사하여 작품의 예술적 가능성을 극대화한다고 역설한다. 박수지 큐레이터는 이러한 “근사치”에 대한 생각을 그동안 인상 깊게 살펴본 여성 작가 3명의 작품을 통해 펼친다.

Kim Jipyeong, 'Double Screen,' 2023, Collage with traditional mounting materials (paper attached fabric, mulberry paper, paper tape) on Korean paper and two-panel folding screen, 130x10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동양화를 전공한 김지평 작가는 동양화에 사용되는 화론이나 창작 과정, 사용된 재료와 소재 등에 주목하여 한국 전통 예술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2013년 이전 김지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작가는 ‘책가도 작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 당시 작가는 책가도, 화조도, 문자도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다수 펼쳐 국내 미술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는 2013년 이후 김지평으로 활동명을 바꾸면서 그동안 해 왔던 작업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업을 펼치고 있다. 김지평 작가는 현재 민담, 신화, 고문헌 등을 광범위하게 아울러 전통 사회에서 외면당했던 대상들을 조명한다.

전시에는 병풍과 드로잉 작업이 등장한다. 병풍 속에는 있어야 할 회화 작품은 없고 작품을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장황(粧䌙, 책이나 화첩, 족자에 들어가는 그림을 꾸미는 부분)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병풍에는 배접 비단, 비단띠와 같은 부수적 역할을 했던 장황 재료를 가지고 기하학적 형태로 콜라주한 작업이 들어가 있다. 작가는 병풍 속에서 소외되었던 장황을 주인공으로 전복시킴으로써 외면당했던 문화적 의미를 조명한다.

반면 드로잉 작업에서 작가는 물, 불, 돌처럼 다양한 자연물을 지칭하는 단어에 ‘ㄹ’ 받침이 들어간 것에 주목한다. 이 드로잉 작업에서는 ‘ㄹ’을 다양하게 활용해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Kim Jipyeong, 'ㄹ(Rieul) - Dol (stone),' 2022, Linocut print, mineral pigment on Hwaseonji, 31x24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김지평(b. 1976)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는 보안여관(서울, 2020), 갤러리밈(서울, 2019), 합정지구(서울, 2017), 가나 컨템포러리(서울, 2013) 등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단체전으로 송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 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 소장처는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하나은행, 환기미술관, 흥국생명, 경남도립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이 있다.

Jazoo Yang, 'Immanence no. 20220428,' 2022, Collected variety materials from street, resin, silicone, 50x50x2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회화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양자주 작가는 회화를 중심으로 설치, 라이브 페인팅, 스트리트 아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그는 또한 베를린, 파리, 런던, 호주 등 다양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작업을 펼친다. 그는 도시 변두리나 도심 속 소외된 장소에 관심을 가지고, 세월이 흐르며 도시가 만들어 낸 여러 파편들을 수집하여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래된 건축물의 벽 부스러기, 찢어진 벽지나 부서진 타일과 같은 도시의 부산물들을 재조합하여 레진에 응고시킨 콜라주 형태의 작업을 펼친다.

작가는 낡아서 존재의 가치를 잃은 대상들 속에 담긴 세월의 흔적을 기억의 표상으로 담는다. 또한 무가치해 보이는 물질들을 작품으로 만듦으로써 파편뿐만 아니라 이 물건들이 발견된 장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전시에는 레진으로 만든 작업 외에도 대형 캔버스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작가는 영덕에 있는 한옥의 흔적 옮겨 담아 작업을 했다. 그는 한옥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흙, 서까래, 갈대, 기와, 볏짚 등 다양한 요소들을 갈거나 태워서 종이 위에 드로잉한 작품을 내놓았다.

Jazoo Yang, 'Hanok, Yeongdeok,' 2022, Collected materials (wooden framing, reeds, earth, ceramic roof tiles) from traditional Korean house 'Hanok' on paper, 180x180x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양자주(b. 1979) 작가는 소마 아트 스페이스(베를린, 2022), 스페이스K(과천, 2019), 프랑슈콩테 건축의 집(브장송, 2018), 스페이스 캔(베이징, 2014)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베를린 베타니엔, 사치 갤러리, 프리즈 런던 특별전, 제주비엔날레 2017, 노르웨이 누아트 페스티벌, 호주 캐슬메인 페스티벌, 중국 탕량 아트센터, 부산 바다미술제 등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프랑스 브장송 미술관, 코오롱, BOAN1942 등이 있다.

Sueyon Hwang, 'Fine Flatfish - Cold Cockroach,' 2022, Paper, extruded PVC foam sheet, acrylic medium, spray paint, epoxy putty, 3D print, wire, dimensions variable; 3D modeling source (flatfish): National Science Museu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황수연 작가는 다양한 재료들이 갖는 고유한 성질을 이해하고 그 성질을 강조하거나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얇고 가벼운 특성을 가진 알루미늄 호일을 망치질을 통해 뭉쳐서 묵직한 덩어리로 바꾸거나 가볍고 하얀 특성을 지닌 종이를 흑연으로 빈틈없이 매워 원래 질감과 색을 변형시키는 식이다. 즉 황수연 작가는 재료와 호흡하고 겨루며, 재료를 겪는 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최근에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종이라는 매체를 주로 다루고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조각은 멀리서 보면 언뜻 묵직한 대리석이나 광택이 나는 황금과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의 무늬와 부피를 가진 듯하다. 하지만 그의 조각은 사실은 얇은 종이를 서로 덧대고 접착해 만들어진 것이다. 얼핏 우리 눈에 보이는 작품의 이미지와 실제 작품의 질량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Sueyon Hwang, 'Sculpture and Yellow,' 2022, Brass plate, extruded PVC foam sheet, aluminum foil, polyimide film tape, 38.5x120x8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Whistle.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황수연(b. 1981) 작가는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서울, 2021), 두산갤러리(뉴욕, 2019), 두산갤러리(서울, 2019), 공간 가변크기(서울, 2017), 금호미술관(서울, 2017)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금호미술관, 아트스페이스 3, 챕터투, 두산갤러리, 제11회 광주비엔날레 등이 있다.

Articles

Editor’s Pi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