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린더는 FRIEZE No.9 Cork Street에서 이은실의 개인전 “Treachery Skin”을 선보인다. 이은실의 신작 시리즈는 사회적 통념과 이를 배반하거나 억압되어 금기시된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접점과 그 아래 숨겨진 심리구조를 탐구한다.
이은실은 인간의 주변에 산재한 갈등과 내재된 욕망사이의 대립구조를 건축의 구조적인
관점과 한국화의 원근법을 통해 분석한다. 또한 뇌가 관장하는 심리적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무기력, 우울, 절망 등의 문제는 보다 흔들리는 심리 상태에서 그 속살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이는 미완의 건축물의 형태와 그 궤 같이하며,
이은실은 이를 포착해 해체되어있는 인간의 긴장된 신경과 불완전한 심리 상태를 보다 다각도에서 관찰하고, 이를 세밀하고 날카롭게 묘사한다.
이은실의 작업안에서 모든것들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통로인 신경은 얇고 긴 뱀의 형상으로 대치된다. 뱀으로 은유될 수 있는 인간의 꿈틀대는 욕망은 주름진 뇌의 모습과 동기화되고, 마치 무언가가 머리를 기어다니는 듯한 감각을 생성하며, 이는 점진적으로 관찰자의 신경을 자극한다.
또한 이은실의 작업과 이를 지지하는 나무 판넬 위에 팽팽히 당겨진 한지, 그리고 그 위에 엉켜있는 얇은 보푸라기는 때론 감추고 싶지만 동시에 드러내고 싶은 인간의 양가적 욕망을 암시하고, 이는 상하좌우로 작용하는 장력과 함께 일렁이는 긴장감을 형성한다.
어두운 새벽 동이 틀 녁, 마치 어떤 사건이 일어날듯한 시간 속, 낮은 자세로 바닥을 기어다니는 듯 스크린 사이를 넘나드는 뱀들이 형상화하는 모습과 그들의 피부위에 묘사된 일련의 장면들은 뇌가 만들어낸 환영일지, 아니면 그것이 정말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희미한 순간을 그려내는 것일지 알 수 없게 모호함을 내비치며 우리의 통념을 가로지른다. 마지막으로 이는 무언가를 동시에 은폐하기라도 하는 듯 빠른 속도와 함께 환영속으로 사라지고, 이는 관찰자로 하여금 일종의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