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uries in the Distant Mist” Installation view at SeMA Bunker ©Seoul Museum of Art. Photo: Jang Hwal Lim

6월 20일부터 7월 1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의 별관인 SEMA 벙커에서 정여름 작가의 개인전 “머나먼 안개 속의 세기”가 펼쳐진다. 정여름 작가는 어느 한 지점에서 등장하는 서사를 관찰해 그 작동 원리를 분석해내는 작업을 진행하며 특히 장소와 기억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 매체를 이용해 선보인다.

정여름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2008년부터 진행한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진미술인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선정된 9명(팀) 내외의 미술인들에게 SEMA 창고, SEMA 벙커 등의 전시 장소와 전시 지원금, 내부 학예인력 매칭을 통한 멘토링 과정을 제공한다.

전시는 작가가 한국과 베트남을 오고 가며 촬영한 작가의 신작 <지하 은행>(2023), <조용한 선박들>(2023)과 기존 작 <천부적 증인께> (2021), 총 세 점의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품들은 이스라엘 가자 공습이나 베트남 사람들의 전쟁 트라우마와 같은 전쟁의 비극적인 지점을 조명하며 이러한 사건들과 장소, 기억의 관계에 주목한다. 특히나 전시 공간인 SEMA 벙커가 1970년대 군사 정권 하에 생긴 경호용 비밀시설을 변형시킨 공간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맥락을 형성한다.

이렇듯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전쟁의 충격과 잔해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기도 하듯, 하나의 사건이 기존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에 주목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