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ism: Endless Horizons” Installation view ©Ilmin Museum of Art
일민미술관은 단체전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를 6월 23일까지 개최한다.
불완전한 이동의 결과로 생겨난 고전적인 의미의 노스탤지어, 즉 익숙한 고향의 정취나 정경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현대의 새로운 이동수단인 디지털 미디어가 자리 잡은 후 지리적인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이는 시간의 잔존물과 함께 일종의 망상처럼 촉발된다.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는 이 현상을 ‘영원주의(Foreverism)’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영원주의는 기록과 저장을 위해 개발된 매체 기술에 기반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도 종결되지 않는 특유의 상태를 유발한다.
우리가 몸담은 세계가 오직 무언가의 잔여물만으로 영원히 지속하는 듯한 불길한 감각은 오늘의 미술을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시킨다. 즉 영원주의의 출현은 미술을 제도에 종속된 수평적인 형식의 키맞춤으로, 또는 매끈하고 교묘한 유사 파생 상품으로 의심하게 만들고, 미술이 과거를 반영하는 방식을 순환논증으로 굴절시킨다.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경향을 관찰하며 독자적인 출구를 모색하는 동시대 작가 12인(팀)을 소개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영원함의 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시청각 이미지에 의해 구성되는 서사와 정체성을 면밀히 탐구하는 한편, 파산을 유예하려는 정치의 공회전으로부터 자의적인 표류를 시도한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촉진된 연결 상태의 과열, 그리고 이미지의 과다를 현실의 토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경향을 반복과 회귀로부터 건져 올려 불능한 것으로 선고된 역사를 재건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와 같은 노력은 세계에 관한 진지한 긍정을 통해 영속성에 갇힌 시간 바깥을 상상하도록 제안하며, 안온한 그리움으로 수렴하지 않는 노스탤지어의 외부에 다가선다. 전시는 이들과 함께 현재라는 시간성이 현실을 이루는 방식을 통찰하고, 지금 우리 삶에 나타나는 영원주의의 징후와 그에 답하는 동시대 시각 문화의 양상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