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관장이 50여 년 동안 수집한 미술 자료를 기반으로 설립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4월 28일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 “D폴더: 한국 근·현대미술가들의 아카이브와 작품”을 선보인다.

Poster image of D FOLDER: Archives and Works of Modern Artists, Kimdaljin Art Archives and Museum, Seoul. (March 3, 2023 – April 28, 2023). © Kimdajin Art Archives and Museum.

아카이브에 대한 연구와 실천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한국도 유구한 기록 문화를 갖고 있지만 근·현대 미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아카이빙하는 것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격변의 근대사를 겪은 한국은 1999년에 이르러서야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록물에 대한 실천이 확산되었다. 미술계에서는 같은 해 미술 아카이브의 첫 사례를 볼 수 있는 리움미술관의 한국미술기록보존소가 문을 열기도 했다.

Exhibition view of D FOLDER: Archives and Works of Modern Artists, Kimdaljin Art Archives and Museum, Seoul. (March 3, 2023 – April 28,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Courtesy of the museum.

2005년은 한국에서 미술 아카이브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해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대안 공간인 인사미술공간에서 젊은 작가의 포트폴리오와 프로젝트 자료들을 모아 ‘인미공 아카이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에서는 미술 아카이브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적 논의가 이뤄졌다.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주최로 ‘시각예술분야 아카이브 현황 및 활용 방안 연구’와 ‘시각예술 아카이브의 네트워크’를 주제로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으며, 2011년 말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뮤지엄과 아카이브 그리고 건축’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또한 2010년대 전후로 대학에서는 기록정보학과가 생겨났고, 아키비스트(기록물 관리사)라는 직종이 국내에도 자리 잡게 되었다.

Exhibition view of D FOLDER: Archives and Works of Modern Artists, Kimdaljin Art Archives and Museum, Seoul. (March 3, 2023 – April 28,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Courtesy of the museum.

그러나 여전히 국내에서 아카이브 시스템이 구축된 사례는 많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에 이르러서야 아카이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예산을 배정받았으며,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SeMA AA)는 올해 개관할 예정이다.

미술 아카이브는 예술가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간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해 현대 미술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미술 아카이브는 미술사를 재구성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예술적 · 학문적 자료를 선별해 수집 · 분류 · 보존 · 연구하는 것을 말하며, 도록, 사진, 전시 이력 및 관련 자료, 스케치, 작품 구매 기록, 심지어 비디오, 사운드 및 디지털 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원본 문서로 구성된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50여 년 동안 미술 자료를 수집해 아카이브를 구축한 인물이 있다. 바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이다.

Image of Kim Daljin, Director of the Kimdaljin Art Archives and Museum, Seoul.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술 자료 수집을 시작한 김달진 관장은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가 15년 동안 미술자료실을 구축하였고, 이후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으로 6년 가까이 근무했다. 2001년에는 종로구 평창동에 김달진미술연구소를 차려 2007년 일반인에게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김달진 관장은 2008년 3월 국내 최초의 미술 자료 전문 박물관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개관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전문 미술 아카이브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1차 미술 자료를 구입하거나 기증을 받아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보존하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자료들을 연구 및 조사하여 연표, 자료집, 단행본 등 2차 연구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희귀 자료부터 재평가되어야 할 기록물까지 미술 자료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연구자와 대중들에게 소개하고자 전시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Exterior viewo of the Kimdaljin Art Archives and Museum, Seoul. Photo by Aproject Company.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현재까지 출간되고 있는 우리 미술 관련 단행본, 정기 간행물, 학회지, 논문, 도록 및 팸플릿, 신문 기사 스크랩 등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335여 명의 작가와 관련한 자료를 모아 ‘D폴더’로 명명한 자료들도 구축되어 있다. ‘D폴더’는 자료(Document)와 달진(Daljin)의 D를 딴 컬렉션으로, 미술인들의 육필 자료, 전시 입장권, 포스터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 관련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Newspaper article: Ko Huidong (1886 - 1965), Daehan Ilbo (1972)

박물관은 소장품을 활용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를 매년 2~3회 개최하고 있다. 현재는 “D폴더: 한국 근현대미술가들의 아카이브와 작품”전이 3월 3일부터 4월 28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는 D폴더를 처음 소개하는 개괄적인 전시로, 작가들의 아카이브 자료와 작품들을 통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전시에는 D폴더에 들어간 작가 중 아카이빙이 완료된 89명의 작가 파일과 스크랩 자료, 작품 16점, 전시 자료, 사진 등의 아카이브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 유학생이었던 고희동(1886-1965) 작가를 포함한 1850년대생 작가들부터 현재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970년대생 작가들까지 시기별 한국 근·현대 미술가들을 선별해 자료를 구축했다.

Archival materials: Yeondoo Jung, Bewithched (2001).

김달진 관장은 전시된 자료들이 “하나의 오브제로서 그리고 의미를 갖는 기록물로서 전시되며, 각각의 자료들이 독립된 것으로 때로는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관람자의 기억과 지적인 상상을 통해 작가와 작품 세계, 한국 근현대 미술의 새로운 세계를 열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