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경 작가가
뉴욕 퀸즈 칼리지의 첫 번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이는 아시아 동시대 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스 첸 패밀리/크리스탈 윈도우 기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강 작가는 2024년 가을 학기 동안 1만 5,000달러의
지원을 받아 4개월 동안 퀸즈 칼리지에 머물며 작품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며, 학생들과의 대담 및 공개 강좌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탐구를 나눌 계획이다.
강이경의 작품 세계
강이경은 회화, 판화적 실험, 설치미술을 다루며 현대 도시 공간에서 드러나지 않는 구조와 미완성 상태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작가다. 2014년부터 현대사회와 연결된 이러한 주제를 연구해왔으며, 도시의 외부와 내부 구조를 탐구하며, 디지털화된 도시 이미지와 결합된 공간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암흑 물질(Dark Matter)’과 팽창하는 우주의 측정 불가능성을 불교 우주론, 고대 종교, 신화와 연관 지어 다루고 있다. 그는 공간과 시간의 순환적 개념을 회화, 판화, 설치 작품을 통해 시각화하며, 암흑 물질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동양 철학과 신화적 존재의 추상적 개념을 결합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2023, 〈Space Lag〉, Graphite on Pink, Seoul, Korea.
이 전시에서는 회화, 판화, 디지털 미디어, 설치 작업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다양한 매체가 공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시 공간은 작가가 탐구하는 '중간지대(in-between)' 개념을 반영하듯, 작품들이 지상과 지하, 현실과 미지의 세계를 연결하는 형태로 배치되었다. 특히 LED 패널과 같은 디지털 장치들은 글리치(glitch)라는 디지털 오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시간과 공간을 단절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전시장에는 회화와 판화가 평면을 넘어서 입체적으로 설치되었고, 공간 속에서 흐르는 영상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2024, 금호 영아티스트, 〈우로보로스의 조각들〉전,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강이경 작가는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2024 금호영아티스트》 전에 참여하여 2024년 5월 10일부터 6월 16일까지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우로보로스의 조각들 (Altered Existences in Ouroboros)”이라는 작업을 통해,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확장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였다.
강이경 작가는 2021년 미국 샌포드 지하 연구소(SURF)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하세계의 암흑 물질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 아래 숨겨진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샌포드 연구소는 과거 광산을 개조하여, 깊이 1.5km에 달하는 고심도 지하공간에서 암흑 물질과 중성미자 등을 탐구하는 물리학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 시설이다.
강 작가는 연구소에서
운전을 하던 중, 내비게이션의 오류로 발생한 글리치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순간 화면 속에서 우주 공간을 본 듯한 기이한 경험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내 발밑 세상은 어떨까?"라는
새로운 상상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는 그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그가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지도학, 불교 철학, 그리고 우주론에 대한 연구는 지하세계와 접목되었고, 이러한 탐구는 ‘웰컴 투 우로보로스 월드(Welcome to Ouroboros World)’ (2024)와 설치작업 ‘우로보로스(Ouroboros)’ (2024)로 이어졌다.
‘우로보로스(Ouroboros)’는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으로, 고대 신화에서 순환적 시간과 무한을 상징하는 존재다. 강이경 작가는 이 상징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와
시간, 공간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과학적 발견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세계와의 관계를 동양 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강 작가는 이처럼
물리학적 탐구와 철학적 사유를 결합해, 인간이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시각화하고, 고대의 신화적 존재들이 현대 과학과 연결될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과학적
연구와 철학적 성찰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내는 독창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강이경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에서 MFA를,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학사를 취득했다. 다수의 대학에서 지도 경험을
쌓았고, 미국, 유럽, 중동
등에서 활발한 전시 및 레지던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금호 영아티스트 2024로 선정되었으며, 예술과 과학, 물리학, 천체학의 융합을 통해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Artist’s Website : http://www.kangle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