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는 11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산하 백남준 기념관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10월 26일, 이러한 결정을 번복하여 기념관을 재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오세훈 서울 시장이 취임하면서 비효율적이고 관행적인 사업을 없애는 ‘불필요한 사업 줄이기’를 추진하면서 일어났다. 문화 사업에 배정된 예산 대비 실적이 부진한 문화 시설 및 기관을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서울시립미술관은 백남준 기념관을 그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 결과 서울시는 지난달 초 기념관의 운영 중단을 승인했다.
하지만 문화계 중견급 인사들은 이런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크게 비판하였고,문화계의 반발이 커지자, 서울시는 당초의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2017년 3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연 백남준 기념관은 백남준의 업적을 전시, 연구, 교육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기념관 설립 목적이 무색할 만큼 기념관 개관 이후로 전시 콘텐츠가 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부재로 기념관을 찾는 관객들도 거의 없었다.
백남준 기념관은 작가의 생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5살이었던 1937년부터 18살이 되었던 1950년까지 13년간 성장기를 보낸 창신동의 옛 집터에 세워진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백남준 작가는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창신동에서 성장하며 그의 예술 세계의 바탕을 형성했다.
미술계는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전 세계 현대 미술사에 크게 기여한 백남준 작가의 중요성을 인지 못 했으며, 기념관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공간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념관 운영 중지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김홍희 미술평론가는 “관객 수나 재원상의 문제만을 내세워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세계적 거장이 성장한 터전이었던 기념관 운영을 포기한다는 상황 자체가 속상하고 답답하다”고 언급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알려진 백남준 작가는 실험적 음악, 전자예술, 키네틱 아트 등 세계 미술 무대에 중요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의 업적에 비해 평가가 낮고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백남준 기념관의 운영 중지 계획은 다행히 번복되었지만, 이러한 결정은 국내 미술 기관과 정부가 백남준의 업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기념관의 협소한 공간과 항온·항습 등 전시에 불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프로그램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나아가 백남준 기념관을 작가 정신이 담긴 창의적인 공간이자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한국 미술사에도 큰 영향을 준 백남준을 기억하는 장소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