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미술관과 재단의 관장 겸 CEO에 마리에 웨스터만(Mariët Westermann)이 임명됐다. 그는 이제 뉴욕 미술관과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을 포함하는 구겐하임 그룹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 관장이 된다.
지난 여름 리처드 암스트롱(Richard Armstrong)이 퇴임하면서 해당직이 공석으로 남았다. 웨스터만은 2024년 6월 1일부터 새로운 관장직을 맡게 된다. 웨스터만이 공석을 채울 때까지는 수석 큐레이터 나오미 벡위드(Naomi Beckwith), 법률 고문 사라 오스트리안(Sarah Austrian), 최고 재무 책임자 마시 위딩턴(Marcy Withington) 등 세 명의 부관장이 그룹을 이끈다.
올해 61세인 웨스터만은 현재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부총장을 맡고 있다. 웨스터만은 전문 미술관 경영인은 아니다. 하지만 구겐하임 이사회는 예술과 문화에 뿌리를 둔 그의 독특한 자질과 경험이 구겐하임 그룹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해 관장직으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 미술계는 인종 문제, 전 세계 수 많은 미술관에 기부금을 전해 왔던 새클러(Sackler) 가문과 관련된 문제 등 다양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웨스터만은 현재 미술관 관장직에 요구되는 다양한 과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의 축적된 경험이 미술관 관장이라는 직책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구겐하임 관장직 임명은 6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해외 미술관은 이사회로부터 후보자의 능력과 전권을 인정하며 관장직을 임명한다. 특히, 해외 미술관은 관장의 전문성, 독립성 그리고 책임을 강조한다.
반면, 한국의 공공 미술 기관의 수장 자리는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 공무원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전통적 관행은 여전히 한국 미술 기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국내 공공 미술관 리더십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미술관 관장직을 중앙 정치, 지역 정치의 부속물로 여기고 바라보는 관행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terior view of the Daegu Art Museum. Courtesy of the museum.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임기를 1년10개월 남기고 재임한 지 1년 여 만에 자진 사퇴했다. 언론은 이를 정권 교체에 따른 영향이라고 보았다.
한편, 올해부터 대전시립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의 관장직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대전시립미술관은 2022년까지 미술사학 및 큐레이터 경력을 가진 선승혜 전임 관장이 이끌었다. 수원시립미술관의 경우 김진엽 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이 관장을 맡았고 그의 임기는 지난해 11월 11일 자로 만료됐다. 두 미술관은 이제 미술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이 이끈다.
국내 미술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이는 이런 미술관 행정에 우려를 표했다. 미술관장직은 미술 이론 뿐만 아니라 미술 현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한 자리이다. 미술계는 미술관장 직책에 요구되는 전문성에 대한 지자체들의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최은주 전 대구미술관장은 재임용 3개월만에 사표를 내고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로 인해 대구미술관 관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대구미술관은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을 내정했으나 2014년 대구미술관 학예실장과 2021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재직 당시 징계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2주 만에 내정이 취소됐다.
국내 공공미술관들은 연이은 관장직 문제로 리더십 위기를 맞이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