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코로나 19로 인해 1년 연기되어 3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는 본 전시 “꿈의 우유”와 더불어 세계 79개국이 동시대 예술 전시를 펼친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본 전시 개막보다 앞선 4월 20일 수요일 오후 4시 30분에 공식 개막식을 열 예정이다. 본 전시는 4월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진행된다.

Homepage image of the Korean Pavilion 2022. 2022 Venice Biennale.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이영철 예술 감독이 맡은 이번 한국관 전시는 “나선(螺旋, Gyre)”이라는 주제로 김윤철 설치 작가의 움직이는 키네틱 작품 7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윤철 작가의 제안으로 채택된 ‘나선’이라는 주제는 아일랜드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대표 시 “재림The Second Coming”의 첫 구절, ‘나선처럼 점점 넓어지는 원을 그리며 빙빙 돌다 보니, 매는 매부리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는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아일랜드 독립 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쓰였다. 시인은 기존의 질서와 가치가 무너지는 현대 문명의 격변기적 상황을 소용돌이 같은 나선 모양에 빗대어 표현한다. 즉, 바깥으로 향하던 나선이 이제 전환기에 접어들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Yunchul Kim, 'Argos,' 2018.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Mark Blower

나선은 김윤철 작가에게 연속과 단절, 안정과 불안정, 멈춤과 운동, 무한한 열림과 함몰을 나타내는 기표이기도 하며, 태양계 운동과 지구 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연적 현상들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으로써 순환과 연결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관 전시에서 말하는 ‘나선’ 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기존 질서가 붕괴한 상황을 나타내며, 에너지, 물질, 생명, 우주를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Yunchul Kim, 'Argos,' 2018.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Studio Locus Solus

전시되는 7점의 작품은 ‘부풀은 태양’, ‘신경(신이 다니는 길)’, ‘거대한 야외’의 세 주제가 서로 연결된 듯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얽힌 몸’ 또는 하나의 우주로 설정되어 관객들은 생명체처럼 신경과 핏줄이 얽힌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부풀은 태양’은 생을 다할수록 부풀어 오르다 폭발하는 별을 비유한 것으로, 폭발한 별의 파편은 후에 다시 응집하여 새 행성이 되는 우주의 순환적인 모습을 가진다. ‘신경’은 하늘과 땅을 매개하는 ‘신이 다니는 길’이자 신체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핏줄과 신경을 이야기하며, ‘거대한 야외’는 우주적 징후와 흔적의 경계를 물질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으로 정해진 주제이다.


Yunchul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e Arts Council Korea.

전자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김윤철 작가는 예술, 문학, 신화, 철학, 과학을 아울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물질은 의식이나 개념과 대립하는 대상이 아니며, 그렇다고 우주와 분리되거나 어떤 것으로 규정되고 고정된 대상도 아니다. 그에게 물질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얽히고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대상이다.

김윤철 작가는 영국의 FACT, 독일의 ZKM,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뉴 미디어 아트를 다루는 기관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 2016 콜라이드 국제상(2016),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장려상(2006), 트랜스미디어알레(2004) 등을 수상했다.

전시 작품은 6월부터 온라인 플랫폼 The VOV에서 VR 및 3D로 관람할 수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