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view of Mandy El-Sayegh and Keunmin Lee, "Recombinant," Lehmann Maupin, Seoul. (November 3–December 10, 2022). Photo by OnArt Studio.
런던에 기반을 둔 맨디 엘-사예 작가와 서울에 기반을 둔 이근민 작가가 한남동에 위치한 리만머핀 서울에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맨디 엘-사예 작가는 몇 해 전 검색 엔진에 자신의 작품을 검색하던 중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근민 작가의 작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두 작가는 이미지를 교환하며 오랫동안 서로의 작업에서 연결고리를 찾고 예술적 교류를 이어 왔다.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을 모아 추상적으로 표현된 신체의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전시 제목은 서로 유전 정보를 상호 교환한다는 ‘재조합 DNA(recombinant DNA)’라는 유전학 분야의 용어를 가져와 “Recombinant”로 내걸었다.
이근민(b. 1982) 작가는 살점, 소화기관, 순환기관, 팔과 다리 등 신체의 일부를 작가만의 관점으로 재조합해 표현한 회화 작업을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경계성 조현병의 경험을 화폭에 담는다. 특히 대학교 시절 병원에 입원하면서 인체 장기가 보이고 시체 썩는 냄새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회화 작업을 해 왔다.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의 환각 및 환후 증세를 재현한 것인 동시에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가르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다. 부패한 시체를 떠오르게 하는 이근민 작가의 작품은 세련되지 못하고 추하며, 병들거나, 남들과 다른 대상을 개인으로 보지 않고 타자화하는 사회의 이분법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맨디 엘-사예(b. 1985) 작가도 피부나 혈흔처럼 신체적 요소들이 떠오르는 작업을 한다. 언어와 재료를 탐구하여 작업하는 엘-사예는 신문 잡지 등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텍스트의 부분을 떼어다가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하여 표현한다. 작가는 파편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거대 구조와 진실을 왜곡하는지를 작품을 통해 펼친다.
맨디 엘-사예 작가의 회화 작품 안에는 석양이나 멍이 든 피부를 연상케 하는 색채가 사용되었다. 전시된 사운드 작업에는 병원 같은 기관에서 수집한 소리와 작가가 경험한 이명을 재현해 놨으며, 여기에는 최근에 일어났던 이태원 참사에 관련된 소리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