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노상호(b. 1986) 개인전 “홀리”를 4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온라인에서 발견한 저화질의 이미지를 재료 삼아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노상호 작가의 근작을 조명 집중한다.
노상호는 이미지들을 수집, 복제 및 변형하여 회화, 조각, 영상 등 미술의 형식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노상호의 작업은 동시대 조건 안에서 이미지를 소비하고 창작하는 방식에 관한 작가의 고민을 투영해 보여준다. 미디어 환경을 핵심적인 참조 요소로 삼아 작업하는 노상호는 낯선 기술의 영향에 동시적으로 반응하고자 노력한다. 직접 온라인을 서핑하며 이미지를 수집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나아가 AI가 생성한 수많은 이미지를 가운데 직관적으로 선택한 도상들을 화면으로 끌어오게 되면서 〈홀리〉(2022-) 연작이 탄생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1층, 3층, 4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된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홀리〉는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의 또 다른 창작 주체로서 새롭게 등장한 AI의 존재를 작업 과정에 적극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AI가 만든 이미지를 재료 삼아 재구성한 화면은 실재하는 세계를 닮은 한편 보다 극적인 장면으로서 완성된다. 현재 상용화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은 결과물이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도출하도록 학습되어 사진처럼 견고한 장면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의 불완전함 탓에, 머리가 두 개인 사슴이나 손가락이 여섯 개인 사람, 거대하게 불타는 눈사람처럼 현실 세계의 논리와 조금씩 어긋난 기이한 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결코 사실적이지 않은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노상호는 AI가 만든 특정 장면들이 선사하는 경이와 공포의 양가적 감정을 신화 및 종교적 성스러움에 빗대어 본다. 기술적 오류로 인해 생성된 비현실적 장면을 ‘기적’으로 일컬으며 디지털 및 아날로그 세상을 오가는 스스로의 영매적 정체성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