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4월 27일까지 미국의 다학제적 예술가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여성의 입과 입술 이미지를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묘사한 그의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전시와 연계하여 리만머핀은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작가의 주요작 일부를 소개할 예정이다.
마릴린 민터는 수십 년간 사진, 회화, 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극사실주의와 추상 화법을 동시에 구사한 고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현대 소비문화에 지배적 영향을 미치는 대중 매체 속 여성 이미지에서 부재해왔던 체모, 튼살, 더러운 발 같은 신체 요소나 몸단장 행위에 주목한다. 작가는 현실을 은폐하고 정제하기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를 택하여 이러한 여성성을 둘러싼 프레임 재구성을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달리스크’나 ‘목욕하는 여인’ 같은 미술사적 고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특유의 시각 어휘를 발휘해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작은 여성의 얼굴, 입, 입술, 치아,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되거나 다방면으로 노출된 네크라인을 클로즈업으로 묘사하고 있다. White Lotus(2023)에서 굵은 진주와 비즈 목걸이를 착용한 인물의 입술은 열려 있고, 피사체의 초점을 흐리는 물방울과 수증기가 화면 전체에 서려 있다. 한편 Gilded Age(2023)에서는 살짝 벌어진 검붉은 입술 사이로 보석이 감입된 금속 치아가 드러난다. 이 같은 이미지는 화면 위에 펼쳐진 형상 그 이상을 암시하며 보는 이를 끌어들이고, 사적이고 친밀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민터의 신작은 여성 표현에 관한 담론과 매력·아름다움의 개념에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의 대담한 실험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공유하는 페미니스트 렌즈를 통해 시각문화 속 여성 이미지를 재고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