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Pratchaya Phinthong: Today will take care of tomorrow, Barakat Contemporary, Seoul, Korea. ©Barakat Contemporary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5월 26일까지 프랏차야 핀통의 국내 첫 개인전 “내일을 돌보는 오늘(Today will take care of tomorrow)”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지정학적 체계 간의 건설적이면서도 열린 결말의 마찰을 일으키는 프랏차야 핀통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선보인다. 이질적인 사회경제적 가치의 연금술사로 널리 일컬어지는 프랏차야 핀통은 서로 괴리된 현실에서 상호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화를 도입하여 교환이 이뤄지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 활동을 위해 남아프리카부터 남태평양1까지 세계를 폭넓게 누비며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모은 소재 및 서사를 역설적으로 병치시키는 동시에 운명적인 화합을 일으킨다. 미니멀한 그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데, 이는 관련인들의 참여와 우발적인 해프닝을 통제하기보다는 모두 받아들이는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핀통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의미의 변화와 그러한 변화를 빚어내는 인간의 관여까지 함께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핀통의 방대한 작품 세계 속 다양한 여정을 관람객이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2012년 이래의 주요작을 엄선하여 선보인다. 각 작품과 관련한 작가의 여정을 간추려보자면, 〈손금 Lines of the Hand〉(2012) 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치명적인 수면병을 전염시킨 체체파리 박멸에 있어 생태친화적인 대안을 제시하였고, 〈1은 2로 나눈 숫자 One, is the number divided by, two〉(2021)에서는 잠비아의 루사카 국립 박물관 소장품인 ‘브로큰 힐(Broken Hill)’ 두개골이 위조품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 기원을 추적하였으며, 〈숟가락 [원반] Spoon [disk]〉(2019-), 〈운명의 기관 The Organ of Destiny〉(2022-)에서는 라오스 북동부의 반 나피아 주민들과 함께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해당 지역에 투하한 불발탄(UXO)을 새로운 모습으로 빚어내었다.

또한 핀통은 이번 전시를 위해 〈운명의 기관〉 프로젝트의 연장으로서 한국의 DMZ를 찾아가 그곳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종인 두루미와 미 공군 B-21 스텔스 폭격기 간의 역설적인 상관관계를 들춰보는 〈운명의 기관(집합) The Organ of Destiny (Assembly)〉(2024)과 〈모든 것의 일부와 아무 것도 아닌 것(철원과 사랑) A Little of Everything and Nothing at All (Cheorwon and Sarang)〉(2024)을 제작하였다.

이리하여 “내일을 돌보는 오늘” 전시는 특히 작가가 소재로 삼는 다양한 지리적 장소 및 사회경제적 개체 간의 광대한 시공간적 거리에 주목한다. 이는 위치를 옮기고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인 “이동성”을 시사하고, 이 이동성의 개념은 작가에게 있어 관념적 구상과 여행하는 행위 모두를 가능케 하는 요소로서 작품 활동의 중요한 도구이다. 이동성은 실제 시공간적 거리의 탄력성을 보다 확장하여, 개개인의 다양한 주관적 한계뿐만 아니라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척도를 넘어서 일견 막연하고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 범위로까지 상상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는 유통 구조와 가치 형성 방식에서 간과되는 현실이 있기 마련인데, 이 역시 이동성, 더 정확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둘러싼 개별적 관계에 직접적으로 소통함으로써 그에 도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핀통은 이동성을 통해 이미 확립된 경계의 문을 두드려 가치 교환을 촉발하고 소통의 장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