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츠 센터의 ifva어워즈는 아시아의 단편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시각 예술 분야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 1995년에 제정되었다. 이번 제28회 ifva 어워즈의 미디어 아트 부문의 금상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백정기 작가에게, 2개의 특별 표창상 중 하나는 민찬욱 작가에게 돌아갔다.
동시대 미술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시대를 비추고 현대인의 관념에 내재된 우리 시대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오늘날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는 기술 진보를 꼽을 수 있다. 기술 발전은 사회와 정치적 상황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 또한 크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오늘날의 미술에도 알게 모르게 반영되어 있다.
홍콩 아츠 센터(Hong Kong Arts Centre)는 이러한 동시대적 흐름을 영상과 미디어 아트 등의 분야를 통해 알아보고자 ifva 어워즈(구 홍콩 독립 단편 영화 및 영상 어워즈)라는 수상 제도를 만들었다. 홍콩에서 가장 큰 현대 예술 기관 중 하나인 홍콩 아츠 센터는 1977년에 설립된 비영리 미술관으로서 현대 시각 예술, 퍼포먼스, 영화, 비디오 아트 등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홍콩 아츠 센터의 ifva어워즈는 아시아의 단편 영화, 애니메이션 및 시각 예술 분야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 1995년에 제정되었다. 해당 예술상은 영상 산업의 흐름을 읽고 차세대 창작자를 발굴 및 육성하며, 관련 매체를 미학적으로 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미디어 제작에 대한 독창성,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8회를 맞이한 ifva 어워즈는 지난 3월 12일, 단편 영화, 애니메이션, 가상 현실과 미디어 아트 등 다섯 개 부문의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다섯 개 부문 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기술을 사용한 미디어 아트 부문은 기술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는 미술 매체를 비추고, 그러한 변화를 통해서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동시대의 모습을 짚어 내는 미디어 아트 작업을 조명한다는 의미에서 살펴볼 만하다.
이번 제28회 ifva 어워즈의 미디어 아트 부문의 금상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백정기 작가에게, 2개의 특별 표창상 중 하나는 민찬욱 작가에게 갔다. 미디어 아트 부문 은상은 일본의 고키 무라모토(Goki Muramoto) 작가가 수상했으며, 나머지 특별상은 홍콩의 마크 청(Mark Chung) 작가에게 갔다.
금상 수상자 백정기 작가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상금 HK$30,000이 수여된다. 2007년부터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시작한 백정기 작가는 주로 설치, 조각 그리고 사진 매체를 활용해 작업한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끌어오기 위해 과학적 과정을 거쳐 과학과 종교, 현대와 전통, 물질과 정신과 같이 이분법적이고 상반된 대상들을 용합시키거나 연결하는 작업을 해 왔다. 특히 그는 물이나 전기처럼 흐르는 속성을 지닌 매체를 작품에 활용해 연결, 흐름, 융합과 같은 큰 맥락 속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비과학적 주제를 탐구한다.
ifva에 출품된 작품은 ‘능동적인 조각(Active Statue)’(2022)으로, 도시 곳곳에 철거되거나 방치된 동상을 활용한 작품이다. 금속으로 제작된 조형물은 전파를 전송하는 능동 안테나가 된다. 제목의 ‘능동적’은 안테나 공학에서 능동적인 안테나, 즉 송신용 안테나를 지칭하는 단어에서 가져왔다. 동상을 안테나로 사용하여 임의로 제작한 사운드 작업은 라디오 전파로 ‘송신’된다. 사운드 작업은 콜렉티브 그룹 장소 통역사(최추영, 익수케)와 협업한 결과물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정기(b. 1981) 작가는 OCI미술관(서울, 2018), 두산갤러리 뉴욕(뉴욕, 2015), 두산갤러리(서울, 2015), 대안공간 루프(서울, 2012), 인사미술공간(서울, 2010)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한국을 포함해 중국, 영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에는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송은미술대상에서 수상을 수상했다.
특별 표창상(Special Mention)을 수상한 민찬욱 작가는 기술을 활용하여 상호 작용적 경험과 환경을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앞에서 점점 기계로 대체되는 일상을 바라보며 기계와 함께하는 삶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작가는 일상생활 속에 점점 스며들어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들에 영감을 받거나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작품으로 구현한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에 속한고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기계 기로 대체되고 있다. 민찬욱 작가의 ‘Humanoid Object #3’은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행동 중 하나가 ‘낙서’라는 점에 착안하여 인공 지능 기술을 이용해 낙서를 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낙서는 사람의 감정과 사상을 드러내는 은밀한 자기표현의 수단이며 어찌 보면 비생산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이 행위를 기계가 모방함으로써 작가는 기계가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을 인간이 지켜보도록 다. 이로써 새롭게 재정의되고 있는 ‘인간다움’에 대해 물으며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일상을 상상해 보는 작업을 펼쳤다.
민찬욱(b. 1984) 작가는 갤러리도스(서울, 2022), 을지예술센터(서울, 2021), 양평군립미술관(양평, 2021), MIT Media Lab(캠브리지, 2016), NYC Media Lab(뉴욕, 2016), 금천예술공장(서울, 2012), 서교아트센터(서울, 2012), 갤러리 잔다리(서울, 2011)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