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프리즈 서울과 22회째를 맞이한 키아프 서울이 각각 9일과 10일에 막을 내렸다. 프리즈와 2026년까지 함께 열릴 예정인 국내 아트 페어 키아프 서울이 올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본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22회를 맞은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지난 9일과 10일 각각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COEX에서 공동으로 개최된 두 페어는 2026년까지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프리즈는 나흘간 7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했고, 키아프는 닷새간 8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키아프의 방문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15%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지난해 키아프를 찾은 방문객은 7만 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한국 미술 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의 8만 8천여 명에는 미치지 못한 숫자이다.
올해 키아프는 프리즈 서울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단, 두 페어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키아프는 프리즈보다 하루 더 길게 운영되었으며, 프리즈 서울 참여 갤러리가 121개였던 것에 비해 키아프에는 총 210개 갤러리가 참가했다는 점이다.
올해 키아프는 더 많은 작품으로 다채롭게 꾸며졌고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했지만 행사장의 분위기는 훨씬 여유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아프는 작년보다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며 기획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 키아프는 ‘젊은 작가’, ‘신진 작가’, ‘소품’에 중점을 두어 프리즈 서울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프리즈와 비교하여 압도적인 부스나 눈에 띄는 작품이 부족했다는 단점이 언급되었다.
해외 미술 플랫폼인 오큘라(Ocula)에 따르면, 9월 7일 다른 페어 디렉터들과 함께 한 패널 토론에서 키아프의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정 리(Jung Lee)는 “키아프의 다소 독특한 목적은… 갤러리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주최 측이 생각하는 키아프의 본질적인 목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아트 페어로, 협회의 회원인 국내 갤러리들이 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뉴시스의 박현주 기자는 “키아프가 화랑협회원 화랑들을 위한 행사라면, 프리즈는 컬렉터들을 위한 행사”라며, 키아프는 방문객을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갤러리 중심으로 구성된 페어라고 평가했다.
이는 키아프의 행사장 내에 온도 차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주요 갤러리들이 몰려있으며 관람객들의 접근이 용이했던 A홀에는 관람객들이 쏠리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B홀과 C홀은 당혹스러울 만큼 한산했다. 방문객들은 A홀에서 다른 홀로 넘어갈 만큼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협회의 주요 회원 갤러리를 중심으로 부스를 배치한 탓도 있겠지만, 관객의 동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페어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키아프에게 있어서) 프리즈의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달성 회장은 “국내외 기업과 미술관이 프리즈에만 올인해 메인 스폰서를 못 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미디어 아트전이나 채색화 특별전의 규모와 공간 확보를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고재 갤러리의 우충우 대표는 “올해 키아프는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질적으로 성장했으며, 관람객 수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보이기는 했지만 방문객 8만 명은 결고 적은 숫자가 아니다.
헤럴드 경제의 고승희 기자에 따르면, 올해 키아프 행사는 “미술의 대중화”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두 아트 페어는 침체된 미술 시장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었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까다로운 컬렉터부터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MZ(밀레니얼+Z) 세대 그리고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미술학도까지 다양한 세대를 끌어들였다.
키아프는 국제 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와 같은 대형 갤러리들의 판매 성과를 발표했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 젊은 아티스트와 신진 갤러리의 작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신진 갤러리 옵스큐라는 VIP 오프닝 당일 배병우 작가의 작품을 약 2억 원 가량 판매했고, 베네딕트 힙(Benedikt Hipp)의 작품또한 대부분 개인 컬렉터들에게 판매되었다고 했다. 또한 주말 동안 3D 홀로그램 작품을 선보인 장지연 작가는 여러 문화재단과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으면서 미술계에서 뉴미디어 매체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보았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에브리데이몬데이, 이아, 갤러리 스탠, 디스위켄드룸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전해다.
한국 및 국제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도 올해 키아프를 방문했으며, 그 중에는 K11그룹의 에이드리언 청(Adrian Cheng), 코오롱의 이웅열 회장, 아트 타이쿤(Tai Kwun)의 리 피(Li Pi) 아트 총괄 디렉, YUZ 미술관의 저스틴 알렉산드리아(Justine Alexandria) 등이 포함되었다.
키아프는 2021년에 국내 아트 페어 역사상 가장 높은 650억 원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19년 키아프가 달성한 매출 310억 원의 두 배를 넘은 규모이다. 키아프는 프리즈와 페어를 공동 개최하면서 지난해부터 매출 합산 결과를 더이상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22년의 매출액은 2021년 규모와 비슷하거나 살짝 밑 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올해 결과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