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해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더욱 젊어졌다고 평가했다. 소수의 부유한 컬렉터들이 주도하던 미술계가 점차 젊은 세대, 특히 20~40대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Kiaf SEOUL 2023. Photo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작년과 같은 후끈한 열기는 없었다. 올해 프리즈의 매출은 확실히 둔화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트넷 뉴스(Artnet News)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갤러리들의 매출이 대부분 만 달러대에 그쳤으며, 1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갤러리도 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서울을 방문한 일부 컬렉터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아트 페어인 키아프의 경우 국제갤러리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작품을 5만 달러에서 9만 달러에 거래해 키아프 VIP 오프닝에서 최고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올해 키아프와 프리즈의 성과가 마냥 부진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술 시장이 더 젊어졌다고 평가한다. 소수의 부유한 컬렉터들이 주도하던 미술 시장이 점차 젊은 세대, 특히 20~40대 젊은 층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술 시장의 활기는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 아트 페어 기간 동안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 다양한 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6일 프리즈 서울이 개막하면서 청담동, 한남동, 삼청동 일대 미술 기관과 갤러리들은 전시장을 자정까지 개방하고 오픈 바를 운영했다. 이처럼 키아프와 프리즈가 열리는 기간 동안 서울에서는 50여 개의 관련 파티가 열린 것으로 전해다. 일부 갤러리는 VIP 초대장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었지만, 많은 갤러리들이 보다 많은 젊은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 누구나 파티에 입장할 수 있게 하여 문턱을 낮췄다.

Frieze Seoul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행사장에 한국 관람객들만 몰린 것은 아니었다. 올해 주목할 만한 특징은 전년 대비 중국 관람객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전년도에는 코로나19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키아프와 프리즈에 참석하지 못했던 중국 컬렉터들이 참여한 것이다. 중국 관람객들 중 상당수가 20~30대였다는 점도 올해 페어의 특징이었다.

미술 시장이 젊어지면서 거래되는 작품의 성격과 가격대도 달라졌다. 과거 페어는 소수의 컬렉터들이 주도하여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작품을 거래했다면, 올해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가격대의 작품 거래가 급증했다. 이는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도 반영한다. 여러 언론에 따르면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에서는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작가들의 비교적 낮은 가격대 작품 판매가 증가했다고 한다.

타데우스로팍은 정희민 작가(b. 1987)의 작품 두 점을 각각 2만5000달러, 1만8000달러에 판매했고, 페이스갤러리는 로버트 나바(b. 1985)의 작품을 15만 달러 안팎에 팔았다. 하우저&워스의 앨리슨 카츠(b. 1980) 작품은 7만5000달러에 판매됐다. 또한 1990년대생 작가인 이목하, 박론디, 정수정, 김보경, 권하나, 콰야, 샘바이펜 등의 작품의 대부분이 첫 첫날 팔렸다고 전했다.

또한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 미술 시장의 흐름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세계 미술 시장과 한국 미술 시장이 모두 침체된 상황에서 유명 갤러리들은 블루칩 작가들의 대작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적당한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였다고 평가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올해 프리즈 서울은 상업적 성격만 짙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프리즈만이 보여주던 실험성이 퇴색된 것이다.

Kiaf SEOUL 2023. Photo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한편, 올해 키아프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 것이 눈에 띄었다. 키아프에서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의 작품 비중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권오상, 노상호, 돈선필, 안지산, 이정배 작가의 작품을, 아틀리에 아키에서는 정수영, 윤상윤, 권능, 채지민, 권기수, 정성준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해외 갤러리도 이러한 실험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키아프에 처음 참가한 멕시코의 갤러리 콜렉터(Colector)는 아모르 무뇨스(Amor Muñoz)의 개인 부스를 마련해 키네틱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무뇨스의 인터랙티브 텍스타일 작품 ‘화이트 오라클(2023)’은 아시아 개인 컬렉터에게 15,000달러에 판매되었다.

서울 신문에 따르면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갤러리마다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 맞게 최고의 작품을 가지고 온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국내에는 아직도 거장의 마스터피스를 살 만한 컬렉터가 몇 안 된다. 매매 규모가 커 봐야 15억~20억 원대이고, 50억~100억 원대 작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컬렉터가 드물다”며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주요 갤러리들이 이미 지난해 경험을 통해 이런 상황을 파악한 것이고, 지금 미술 시장이 불경기이기 때문에 비싼 작품을 들고 올 리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Kiaf SEOUL 2023. Photo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올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목표로 한 프리즈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판매 결과를 두고는 갤러리마다 희비가 갈렸다. 몇몇 갤러리들은 프리즈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작품을 많이 가져오면서 키아프 참여 갤러리의 대표 작품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