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이하 키아프)가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역대 최고 매출에 최다 방문객을 기록하며 폐막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키아프에는 10개국에서 170개 갤러리가 참여해 약 3,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방문객 수는 2019년 보다 약 6,000 명 증가한 8만8,000여 명이었으며 참여 갤러리들에 따르면 대부분 내국인 관람객이 주를 이뤘으나 젊은 층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의 매출액 310억 원보다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며 올해 전체 매출의 50%인 350억 원이 개막일인 13일 하루만에 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KIAF Seoul 2021. ©Aproject Company
키아프는 올해 처음으로 VVIP 오프닝을 시도해 날짜별로 방문객을 나누어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첫날에만 5,000여 명이 행사를 찾았다. 당일에 페어의 스폰서와 파트너사, 초대 손님까지 더해져서 예년과는 달리 VVIP 오프닝이 북새통을 이뤘다. 참여 갤러리에게 배포된 2,000여 매 VVIP 카드를 확인해 본 결과 카드를 받은 VVIP 고객 중 약 70~80%가 첫날 페어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VIP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카드 소지자의 30%만이 오프닝에 방문한 것에 비하면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페어 운영위 측에서는 정확한 판매 작품 수나 판매된 작품 제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국내외 할 것 없이 갤러리들은 연이은 완판 소식을 전했다.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해외 갤러리의 경우,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민 프랑스 기반의 페로탕(Perrotin)이 출품한 모든 작품을 완판시켰다. 판매 작품 목록에 40억 원과 25억 원으로 추산되는 무라카미의 대형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다국적 갤러리인 페이스(Pace)에서는 라티파 에샤크(Latifa Echakhch),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이건용, 코헤이 나와(Kohei Nawa), 그리고 조엘 샤피로(Joel Shapiro)의 작품들을 판매했으며, 뉴욕 기반의 리만 머핀(Lehmann Maupin)은 2만 파운드에서 5만 파운드(한화 약 3천만 원에서 8천만 원)상당의 샹달 조페(Chantal Joffe) 작품, 5만 달러에서 6만 달러(약 6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의 맨디 엘-사예(Mandy El-Sayegh) 작품 한 점 그리고 9만 달러에서 40만 달러(약 1억 원에서 4억 7천만 원)사이의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의 작품 여러 점을 판매했다.
국내 유명 갤러리 중 하나인 갤러리현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던 작년 페어보다 매출이 2배 증가했다고 전했으며, 국제 갤러리는 1만 달러에서 60만 달러(약 1천만 원에서 7억 원) 사이의 박서보, 하종현, 이광호, 양혜규, 제니 홀저(Jenny Holzer), 바이런 킴(Byron Kim),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작품을 판매했다.
해외 인기 작가와 국내 블루칩 작가뿐만 아니라 최근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오세열, 전광영, 우국원 등 인기 작가의 작품들도 여러 갤러리에 걸쳐 완판 행진을 이뤘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김재용(학고재), 노은님(가나아트), 정성준·윤상윤(아뜰리에아키), 정영주·김정수(선화랑), 채지민(갤러리조은) 등도 높은 수요를 자랑했다.
여러 유명 인사들도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거물급 미술계 인사로는 최근 리움미술관 재개관에 힘을 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아트뉴스’의 ‘세계 200대 컬렉터’에 들어간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과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이 방문했다.
해외 인사로는 페로탕의 대표 엠마뉴엘 페로탕(Emmanuel Perrotin), 리만머핀의 대표 라쉘 리만(Rachel Lehmann) 그리고 내년 키아프와 공동 페어가 예정된 프리즈(Frieze) 측이 현장을 방문했다. 국내 유명 연예인들로는 BTS의 RM과 뷔, 유명 배우 전지현, 이병헌, 이민정 등이 참관했다.
Choi Yoon-jung, Chairperson of Paradise Cultural Foundation ©Paradise Cultural Foundation
거듭된 국내 미술 시장의 성황 소식과 더불어 키아프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아트 페어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특히 국내의 한 매체는 같은 아시아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트 바젤 홍콩과 비교하며 키아프가 앞으로 국제적인 기준으로 시장 규모를 파악하고 페어의 운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매체는 2018년 기준 아트 바젤 홍콩의 매출액을 1조 원대로 추산했으며 2019년은 이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키아프의 매출액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아트 바젤 홍콩의 6.5%에 그치는 수준이다. 또한 아트 바젤 홍콩은 2019년 기준 아시아, 미국, 유럽의 36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여하고 1만여 점의 미술품을 내 걸었다. 이때 행사를 방문한 관람객은 8만8,000 명으로 올해 키아프와 동일하지만 홍콩의 경우 자국 입장객의 비중이 훨씬 낮았다. 이는 10개국에서 참여하고, 내국인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던 키아프의 상황과 매우 다르다.
해당 매체는 키아프가 무엇보다도 고객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의 경우 VIP 고객을 대상으로 국가별 전문 인력을 기용해 아트 페어가 개최되기 수개월 전부터 사전 관리를 하고 페어가 끝난 후에도 전담 관리를 하는 등 연중으로 컬렉터들을 케어해오고 있다. 키아프는 내년 ‘프리즈 서울’과 공동 개최되는 것을 대비해 올해 VVIP 행사를 운영했지만 VVIP 티켓이 선별된 고객에게만 간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판매가 이뤄졌고 혜택이 일반 티켓과 큰 차이가 없어 서비스에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미술 시장의 구조와 키아프의 체계에 개선해야 할 점들이 존재하지만 국제 미술계는 차기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홍콩이 아시아 최대 미술 시장으로 그 명성을 지키고 있으나 최근의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2020년 7월,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처리해 시행한 이후 언론인, 예술가, 정치인 등 수만 명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며 뉴욕타임지와 같은 홍콩에 자리 잡은 매체들이 이미 홍콩을 떠났거나 떠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의 모범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된 경제 상황을 보이고 있고 최근 국내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적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어 한국 현대미술의 입지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