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와 아트 페어가 대면으로 재개되면서 국제 미술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단순 회복을 넘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아트 페어의 경우, 올해 내내 역대 매출 기록을 발표했다.

Art Busan 2021. Courtesy of Art Busan.

올 3월에 39회째를 맞이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랑미술제’의 판매액은 예년의 2배를 웃도는 약 72억 원으로 집계됐다. 5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10회 ‘아트부산’은 총 판매액 350억 원을 기록했으며, 10월에 개최된 국내 최대 규모의 ‘키아프 서울’은 650억 원이라는 국내 아트 페어 역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11월 대구화랑협회가 주최하는 ‘대구아트페어’도 역대 최대인 98억 원의 작품 거래액을 기록했다.

KIAF Seoul 2021.. Photo by Aproject Company.

올해 한국 아트 페어의 연속적인 성황과 국내 미술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과열된 주식, 코인, 부동산 투자의 대안을 찾던 투자자들이 미술품으로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미술품 투자가 반드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컬렉터들은 미술품을 대체 투자품으로 보는 것에 더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스타일과 가치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고 그에 따라 소비 및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어 미술품 수집이 젊은 컬렉터들의 성향에 적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가 소비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며 미술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불가해지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생활 공간을 안락하고 즐겁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해 많은 사람들이 저축한 돈을 인테리어와 미술품을 소비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 year after the outbreak of COVID-19. Courtesy of Korea Policy Briefing (www.korea.kr).

유명인들의 영향력도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몇 년간 빅뱅의 작품 구매 이력뿐만 아니라 BTS의 RM과 V, 유명 배우 이병헌, 전지현 등 유명인들의 아트 페어 방문이 매체에 소개되면서 과거 높았던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거기다 올해 삼성 일가가 국가에 기증한 개인 소장품 목록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미술품 투자를 본보기 삼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Art Busan 2021. Courtesy of Art Busan.

해외 갤러리와 아트 페어가 한국 미술 시장을 주목하면서 국내도 덩달아 관심도가 높아진 요인도 있다.

올해는 쾨닉(König), 페이스(Pace),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을 포함한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국내 지사를 열거나 확장 이전을 했으며, 국내 아트 페어에 새로 참가하는 해외 갤러리들도 소개되었다.

특히 세계 3대 아트 페어라 불리는 프리즈(Frieze)가 내년부터 키아프와 함께 공동으로 페어를 개최한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덕분에 올해 키아프는 관람객 8만8000여 명이라는 최다 관람객을 맞이하였다.


KIAF Seoul 2021. Courtesy of Korea Policy Briefing (www.korea.kr).

이러한 변화는 국내 아트 페어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미술 시장 전체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 2019년 한국 미술 시장은 4000억 원을 조금 웃돌았지만, 올해는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국내 미술 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일시적인 것이 아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 시장 생태에 대한 컬렉터와 대중의 이해도를 높여야 하며, 무엇보다 국내 미술 시장 구조가 국제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