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나(b.1973) 작가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가 7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진행된다.
박미나 작가는 각양각색의 물감들을 수집해 그 색들을 혼합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특징적인 작품활동을 해왔다. 색과 단순한 이미지들을 수집하는 행위는 곧 사회 문화적 메커니즘과 연동되어 회화의 화면에 펼쳐진다. 대표적으로는 전국에 있는 모든 오렌지색 물감을 수집해 작업한 ‘오렌지 페인팅’(2002- 2003), 간단한 이미지 혹은 기호로 문자를 대신하는 딩벳 폰트를 활용한 ‘딩벳 회화’ 작업 등이 있다. 이렇듯 박미나 작가의 작품은 기록적 성격을 띰과 동시에 이미지와 색이라는 회화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의 탐색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2023) 연작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오렌지 페인팅’ (2002-2003)과 2004년 국제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던 아홉 개의 색과 아홉 개의 가구를 매치한 작품과 동일한 형식으로 19년 만에 제작된 것이다. 블랙, 블루, 그린, 그레이, 오렌지, 레드, 바이올렛, 화이트, 옐로우 등 9개 명칭의 국내 유통 물감을 전수 조사하여 이를 평균 1.5cm 두께의 스트라이프 형태로 만든 후 이 규모에 부합하는 가구를 연결 짓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품은 회화 자체의 담론을 넘어 물감과 관련한 사회적 규약, 한국의 주거 문화 변화 등의 주제들을 함께 지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자체의 구성요소를 탐구하면서도 이를 통해 현실 세계와 제도를 포착해 내는 박미나 작가의 작품들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